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정부 인사 및 관련 업계 인사들은 제재를 담대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히면서도 미국에 대한 불만과 분노가 담긴 비난성 발언들을 쏟아냈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브라질을 방문 중인 푸틴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추가 제재 발표가 있은 뒤 기자회견에서 제재와 관련한 자국 기자의 질문을 받고 "제재 내용을 살펴보고 차분하게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그러나 곧이어 "미국의 대외정책 입안자들은 상당히 공격적이고 전문적이지 못한 대외 정책을 펴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면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사태 등을 예로 들며 비난의 포문을 열었다.
푸틴은 제재는 부메랑 효과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제재가 러시아-미국 관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으며 양국 관계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뿐 아니라 미국과 미국민의 장기적 전략 이익에도 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대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사업을 하고 싶어 하지만 (미국 정부의) 제재 탓에 다른 세계적 에너지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을 잃을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미국 정부는 자국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일하길 원치 않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푸틴은 "우리 파트너들이 이런 길을 가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모든 문제를 평화적이고 외교적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건전한 상식이 우위를 차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도 "미국의 추가 제재는 분노를 자아내는, 수용할 수 없는 조치"라며 "(이 조치는) 미-러 관계의 추가적 악화와 국제 문제 해결 과정에서의 비우호적 분위기 조성 외에 다른 아무런 결과도 가져다주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그러한 조치의 배후에 있는 미국 정치인들과 관리들을 비난한다"면서 "미국이 매우 아프고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대응 조치를 취할 것임을 확인한다"고 위협했다.
미국의 추가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국영석유기업 '로스네프티'의 이고리 세친 회장도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없는 로스네프티를 제제 목록에 포함시킨 것은 근거 없고 주관적이며 불법적인 조지"라며 "이 같은 조치는 미국 기업 주주들과 미국 은행들에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친은 그러면서 미국의 제재는 무엇보다 러시아의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앞서 러시아의 주요 국책 은행과 에너지 기업·방위 산업체가 미국 금융 시장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고 일부 업체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제재안을 발표했다.
미 재무부는 추가 제재 대상이 된 러시아 기업들의 미국 접근로가 차단돼 이 기업들이 경제적 고립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은 앞서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 이미 수십 개의 러시아 기업과 개인에 대해 제재 조치를 취한 바 있다.
한편 유럽연합(EU)도 이날 브뤼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악화에 책임이 있는 러시아 기업과 개인을 추가 제재하기로 결의하고 이달 말까지 제재 명단을 작성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