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들은 신이 났고, 투수들은 기가 죽었다. 전반기 전체 타율은 무려 2할9푼1리다. 역대 최고인 1999년 2할7푼6리보다 1푼5리나 높다. 반면 전체 평균자책점은 5.28까지 치솟았다. 1999년 4.98을 넘어 33년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할 판이다. 그야말로 역대급 타고투저 현상이다.
화끈한 타격전이 연일 펼쳐지고 있다. 덕분에 투수 교체는 잦아졌고, 경기 시간은 쭉 늘어났다. 주자가 없을 때 투수가 12초 내로 공을 던지게 하는 '12초룰' 등 경기 시간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규칙이 있지만, 타고투저 현상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전반기 타격 순위를 살펴보면 타고투저 현상에 더 뚜렷해진다.
1위 이재원(SK)의 타율은 3할9푼4리, 2위 김주찬(KIA)은 3할8푼9리다. 전반기를 3할 타율로 마친 선수만 무려 37명이다. 수준급 타자의 기준이었던 3할을 너무 많은 타자들이 넘어섰다.
타격에 관한 기록도 속출하고 있다. 5월6일 두산-롯데전에서는 무려 40개의 안타가 나왔고, 롯데는 최초로 3이닝 연속 타자일순을 기록했다. 5월31일 롯데-두산전에서는 롯데가 한 경기 최다인 29안타를 때렸다. 타격 2위 김주찬은 최근 10경기 연속 멀티히트라는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7명이었던 20홈런 이상 타자도 전반기에만 6명이 나왔다. 박병호는 전반기에만 30홈런을 쏘아올리며 2010년 이대호(소프트뱅크 호크스) 이후 첫 40홈런 고지 등극이 유력하다.
▲흔들리는 마운드…선발, 마무리 모두 불안
반면 투수들은 마운드에 올라가기가 두렵다. 선발 투수로만 따져도 평균자책점 4점 이하가 딱 10명에 불과하다. 2012년 19명, 2013년 15명에서 점점 줄고 있다. 전반기 2점대 평균자책점을 찍은 선발 투수는 앤디 밴 헤켄(넥센, 2.81)과 찰리 쉬렉(NC, 2.92) 두 명이 전부다.
불펜 투수들은 더욱 불안한 상태다. 실제로 세이브 1위 손승락(넥센)의 평균자책점은 5.08, 2위 임창용(삼성)은 5.40이다. 세이브 10위 이내에 2점대 평균자책점은 2.87의 김승회(롯데)가 유일하다. 경기 막판 역전이 속출하는 이유 중 하나다.
타고투저 현상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분석되고 있다. 일단 외국인 타자들이 새롭게 가세했다는 점과 가장 큰 문제로는 넓은 스트라이크존이 꼽히기도 했다. 투수들의 기량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까지 나오면서 투수들의 자존심도 상했다.
일단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이 조금 넓어졌다는 평가 속에 타고투저 현상도 조금씩 잠잠해지고 있다. 물론 타고투저 현상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6월 타율 3할1리에서 7월 타율 2할9푼2리로 떨어졌다. 평균자책점은 6월 5.62에서 7월 5.05로 낮아졌다. 특히 6월24일에는 찰리가 14년 만에 노히트노런을 작성하기도 했다. 투수들도 타자들에게 속절 없이 당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넓어진 스트라이크존, 투수들의 분전에도, 타고투저 현상은 조금 수그러들 뿐 쉽게 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