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똥보다 '비리'에 찌든 게 더 힘들어요"

분뇨업계 수거량 부풀리기 개선 해법은 '직고용'


일반 주택과 건물 등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의무적으로 정화조 청소를 해야 한다.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분뇨수거를 둘러싼 비리가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하고 분뇨처리 근로자들의 노동환경도 열악하기 짝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분뇨수거를 둘러싼 각종 비리 실태를 4차례에 걸쳐 집중 조명한다.[편집자주]


부산지역 정화 업계에서 분뇨 수거량 부풀리기와 십수억 원대 권리금 거래가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CBS 취재로 드러났다. (CBS·노컷뉴스 2014.07.16., "위탁 준 구청 정화조 청소까지 속이는 분뇨업계")

정화 업계의 고질적인 비리를 막기 위해서 민간위탁 방식이 아닌 지자체 직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부산 연제구의회, 정화조 청소노동자 직접고용 전환에 발벗고 나서 '주목'

부산 연제구의 한 정화업체 소속 정화공 A 씨에게 가장 힘든 점은 15분도 안 되는 점심시간도, 하루에 서른 개가 넘는 정화조를 청소해야 하는 살인적인 작업량도 아니다.

한두 푼이 아쉬운 노인들을 속여가며 수거량을 부풀려 요금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A 씨는 "정확한 수거량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정당하게 청소비용을 받아가고 싶지만, 툭하면 자르겠다고 협박하는 업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 씨를 비롯해 동료 정화공들이 바라는 건 단 하나. 정직하게 일하고 자기 일에 자긍심을 갖는 것이다.

분뇨 수거 중인 모업체 정화공(부산CBS 강민정)

하지만 십수억 원의 권리금이 형성된 지금의 민간위탁 운영 방식으로는 수거량 부풀리기는 사라질 수 없다고 토로했다. (CBS·노컷뉴스 2014.07.15, "분뇨수거 업체 권리금이 10억?")

이 같은 정화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를 해소하기 위해 연제구의회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해결 방안을 찾아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노정현 의원을 중심으로 연제구의회는 분뇨 수거에 대한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구청이 전국 최초로 현행 위탁운영과 직접운영 등을 비교하는 용역 실시를 계획하게 만들었다.

오는 8월 의회가 추경예산안건을 통과시키면, 구는 예산 2천만 원을 투입해 분뇨 수거업 운영방식에 대한 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용역에서는 민간위탁 업체가 정화조 청소와 요금 징수를 모두 책임지는 기존의 '독립채산식'과, 민간위탁 사업체는 그대로 두되 요금을 구청이 거둬들이는 '총액원가식', 구청이 장비를 구입해 직접 운영하는 세 가지 방식을 비교한다.

노 의원은 특히 "정화공들이 집집마다 정화조를 청소하고 수거량을 구청에 보고한 뒤, 구청이 주민에게 요금을 부과하는 직접운영 방식이 수거량 조작을 막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수질오염방지와 국민 보건향상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사업이 민간업체의 영리추구와 충돌하면서 많은 문제점을 낳는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 의원은 "수억 원이 넘는 위탁업체의 권리금을 끊어내지 않는 이상, 투자 자본을 회수하기 위한 수거량 부풀리기 관행은 해결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직영체제는 부당징수요금을 없애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고용이 불안정한 정화공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이점도 따른다.

냄새나는 분뇨보다도 비리에 찌들어 버린 자신들의 일터에 더욱 회의를 느낀다는 정화공들의 변화에 대한 바람이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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