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실 '학교 강매' 어려워진다

복지부, 결핵예방법 대신 기부금품모집법에 따라 진행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학교에 강제 할당해서 알아서 팔아달라는 크리스마스 실. 이제 그만합시다."

지난 겨울 대한결핵협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한 교사가 올린 글이다.

일부 학교 등에서 강매에 가까운 판매 방식 때문에 '천덕꾸러기' 취급까지 받게된 크리스마스 실이 앞으로 강매 논란에서 자유로워지게 된다. 학교 등 공공기관이 실 판매에 협조해야 한다는 규정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대한결핵협회의 크리스마스 실 모금을 지금처럼 '결핵예방법'이 아닌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진행하도록 관련 개정안을 마련해 내달 입법예고한다고 17일 밝혔다.

결핵예방법상의 "정부 각 기관·공공단체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인(사립학교 등)은 크리스마스 실 모금에 협조하여야 한다"는 규정이 개정되게 된다. 그러면 학교와 공공기관의 모금 협조 의무가 없어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무리한 크리스마스 실 판매도 점차 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개별법에 의해서가 아니라 일반 모금단체와 같은 규정에 의해 모금과 사용 허가를 받으면 크리스마스 실 모금이 보다 투명하게 관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대한결핵협회는 지난해 복지부 감사에서 복지부 허가 없이 씰을 판매해 수익금을 일반 회계에 포함시킨 것이 적발되는 등 최근 몇 년간 부적절한 모금과 사용을 지적받아 왔다.

협회 관계자는 "학교에서 판매되지 못한 실은 전량 반송을 받고 있고 최근 모금 목표액도 줄여가고 있는데 여전히 강매 논란이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3월 협회가 법정기부단체로 지정된 만큼 모금 방식의 변화도 고민하고 투명성도 강화할 것"이라며 "국내외에서 다양한 결핵퇴치 사업을 기획하고 있고 북한 결핵퇴치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크리스마스 실은 1932년 캐나다 선교의사인 셔우드홀이 결핵퇴치를 위해 처음 발행했고, 이후 1953년 대한결핵협회가 설립되면서 범국민적인 성금운동으로 정착됐다.

이후 오랫동안 결핵에 대한 인식 개선과 결핵 퇴치기금 마련에 톡톡한 역할을 했지만 손편지 사용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실 판매도 줄고 이에 맞춰 협회도 발행을 줄이면서 판매액이 2004년 64억원에서 지난해 39억원으로 감소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