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 하나은행 FA컵 16강전에서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포항 스틸러스를 누르고 8강에 진출했다.
승부차기의 영웅은 골키퍼 유상훈이었다. 유상훈은 포항 스틸러스의 두 번째 키커 김승대의 슈팅을 막으며 세 번째 키커 문창진의 실수까지 이끌었다. 결국 서울은 연장까지 2-2로 승패를 가르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승리의 일등공신이 된 유상훈의 맹활약에 최용수 서울 감독은 조금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최 감독은 "상훈이가 이틀간 승부차기 연습을 성의 없이 해서 걱정했다"며 "그래서 승부차기 전 유상훈에게 '소중한 경험이 될 거야. 편안히 마음먹고 해'라고 조언까지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최용수 감독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인 유상훈을 향해 큰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유상훈 역시 "이틀간 승부차기 연습을 하며 한 개도 막지 못해 코칭 스태프가 나를 믿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우리 선수들이 승부차기를 잘해서 그랬던 것 같다"며 이날의 활약에 만족했다. 그는 승부차기에 대한 심적 부담감은 없었다며 다부진 면모를 보였다. 승부차기는 골키퍼보다 키커가 더 심적 부담을 느낀다며 평소 연습한 대로 했을 뿐이라고 했다.
서울은 주전 골키퍼 김용대가 장기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정확한 복귀 시점을 예상할 수 없는 가운데 유상훈의 활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유상훈은 "용대 형이 언제 복귀할지 모르겠다. 나에겐 지금 이 기회가 절실하다고 생각한다. 용대 형이 복귀하더라도 지금처럼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감독님도 나를 기용하지 않을까"라며 주전 경쟁에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최 감독 역시 "용대가 주전 키퍼지만 부상 회복 후 복귀하더라도 주전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