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총리가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각의(국무회의) 결정을 한 뒤 처음 국회심의에 임한 14∼15일 중·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의 범위, 잠재한 위험성 등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큼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에서 아베 총리는 2001년 9·11 테러에 대응한 미국 주도의 아프간전,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중국해의 '현재 상황' 등에 대한 질문에 집단 자위권 행사를 위해 자위대가 출동할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또 "해외 파병은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라는 표현이 '복선'을 내포했다. 아베 총리는 향후 발생 가능한 대만 유사시, 남중국해 분쟁시 등에서 자위대가 집단 자위권 행사를 내걸고 무력행사를 할지를 질문받자 "무력행사의 신 3원칙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답변했다.
무력행사의 신 3원칙은 일본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한 경우뿐 아니라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에 대한 무력공격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당해 국민의 생명, 자유, 행복추구권이 근저에서부터 뒤집힐 명백한 우려가 있는 경우, 이를 배척하고 일본의 존립을 완수해 국민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경우 최소한의 무력행사가 자위조치로서 허용된다는 내용이다.
결국 아베 총리는 '원칙적으로 해외파병은 하지 않겠지만 무력행사 3원칙에 해당되면 예외적으로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을 통해 자위대의 잠재적 활동범위를 넓히고, 그것을 대외 교섭력을 키우는 '카드'로 삼겠다는 속내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었다.
무력행사의 신 3원칙 역시 '고무줄 기준'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아베 총리는 일본의 원유 수송로인 페르시아만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기뢰 제거 상황에 대해 "만일 기뢰가 부설된 경우 상당한 경제 위기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국민생활에 사활적 영향이 생긴다"며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결국 '경제적 침해'가 발생한 상황에서도 '무력행사의 신 3원칙'에 입각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음을 밝힌 것이었다.
또 아베 총리는 "일미동맹은 사활적으로 중요하다"며 "동맹 관계에서 일어날 수있는 사태에는 (집단자위권 행사의)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이라크전쟁, 걸프전 같은 사태에서 자위대가 다국적군의 일원으로 전투에 참가하는 일은 없을 것임을 밝혀왔지만 미일동맹이 사활적으로 중요하다고까지 표현했다는 점에서 일본이 미국의 참전 요구를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더 커졌다.
아베 총리는 향후 집단 자위권 행사로 자위대원 중 전후 첫 '전사자'가 나올 수 있다는 야당의원의 우려에는 "거의 그런 판단은 하지 않으며 (전사자가 나오지 않을) 상황을 만들어 나가는데 외교적으로 전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며 피해갔다.
이미 아베 총리는 지난 2004년 공동으로 저술한 책에서 집단 자위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군사동맹은 피의 동맹"이라고 정의한 뒤 "미국의 젊은이들은 피를 흘리지만 지금 헌법해석상으로 자위대는 피를 흘리지 않는다"고 밝혔던 점을 상기하면 애써 위험성을 숨기려는 의중이 읽혔다.
아울러 한국, 중국 등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을 경계하거나 반대하는 주변국가들을 납득시킬 대책에 대해서도 아베 총리는 "이해를 얻고 싶다"는 수준의 답을 하는데 그쳤다.
여기에 더해 아베 총리의 공격적인 답변 태도도 논란을 불렀다.
14일 중의원 예산위에서 '집단 자위권 행사를 통해 억지력을 높이면 평화가 유지될 것인가'라는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민주당 대표의 질문에 "제1 야당의 당수로서 그래도 되는 것인가"라고 쏘아붙인 뒤 "전혀 억지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인가"라며 "과연 민주당"이라고 야유했다.
이와 관련, 아사히 신문은 16일 아베 총리의 국회발언에 대해 "고집하고, 피하고, 공격했다"고 평가했다.
기뢰 제거 등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 사례들에 대해 고집스럽게 주장하고,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으로 자위대원들이 감당할 위험이나 한국·중국에 대한 설명 등 껄끄러운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는 한편, 야당에는 공격적인 답변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