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을 강조하는 최경환 경제팀에 결국 금융당국이 무릎을 꿇었다. 가계부채에 미치는 악영향 때문에 부동산 금융규제 완화에 소극적이던 금융위원회가 LTV(담보인정비율)에 이어 DTI(부채상환비율)까지 완화하겠다고 손을 든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17일 "LTV, DTI 기준이 현재 부동산 상황과 차이가 있는데다 지역별,업권별 차등을 두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에 일리가 있다"며 현행 서울 50%, 경기·인천 60%로 적용되는 DTI기준을 60%로 일괄완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음을 밝혔다.
DTI는 소득에서 대출원리금이 차지하는 비율로, DTI 기준을 50%로 설정할 경우 대출원리금이 소득의 50%를 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연소득 1억원인 사람은 5천만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DTI기준이 60%로 완화되면 6천만원으로 대출한도가 확대돼 기존보다 1천만 더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DTI 규제가 완화될 경우 한국경제의 시한폭탄으로 자리잡고 있는 가계부채 문제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DTI는 LTV와는 달리 가계부채의 질과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DTI완화는 LTV완화와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LTV의 경우 기본적으로 담보가 되는 주택 가격이 비싸면 비쌀수록 대출도 많이 받을 수 있다. 부동산 과열시기에는 소득이 낮은 사람들도 비싼 주택을 담보로 거액의 대출을 받은 뒤 이를 곧 되팔아 전매차익으로 자산을 증식했다. 물론 집값이 계속 올랐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될 경우 거액의 은행대출을 낀 부동산 거래는 전매차익은 커녕 빚더미만 안길 수 있다. 이같은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DTI다. 소득의 일정 한도 내에서만 대출을 일으킴으로써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더라도 대출이 부실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같은 점 때문에 금융위는 LTV완화 보다 DTI완화에 상당히 소극적이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LTV는 완화하더라도 DTI에 대해서는 현행비율을 유지하는 입장을 기획재정부에 전달했었다"고 말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지난 2월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당시 LTV, DTI에 대해 "경기대책이나 주택정책의 일환이라기 보다는 금융소비자보호와 가계부채의 큰 틀에서 유지가 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6개월도 지나지 않아 금융당국은 경기부양을 위한 새 경제팀의 요구에 입장을 바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현재는 부동산 과열시기도 아니고 가계부채 역시 구조개선 작업이 이뤄지고 있는만큼 LT,DTI가 완화된다고 해서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이기웅 경제정책부장은 "LTV,DTI가 완화되면 가계부채가 증가할 것은 물론 금융사들의 부실도 우려된다"며 "LTV, DTI규제완화 방침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