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이지만 10명 중 9명은 '생활'비로 소진

"고령화 시대다 보니 은퇴 이후 노후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퇴직연금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고, 알아도 이 돈을 노후에 쓰기보단 당장 생활비로 쓰고 있는 형편이다"

직장인을 대상으로 노후대비와 퇴직연금에 대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평균 답변을 작성하면 이런 대답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함께 지난 6월 한달 간 직장인 2951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를 16일 공개했다.

공개된 결과를 보면, 은퇴하기 이전에 퇴직급여를 사용했다는 직장인이 퇴직급여 수령자의 91.6%에 달했다. 가족생계 등 생활비에 사용한 비율이 47.1%로 가장 많았다. 해외여행 등 개인 여가활동(21.4%), 전세자금 및 주택구입(14.5%)가 뒤를 이었다.


퇴직급여 수령자의 94.2%가 '노후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86.9%는 '노후준비 장치로서 퇴직급여가 중요하다'고 답한 것을 감안하면, '생각'과 '실제'에 큰 괴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퇴직급여 사용 경험자 중 절반에 가까운 45.7%는 급여 사용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들은 목돈마련을 위한 저축 기회를 상실(55.3%)하고 노후준비자금을 소진(25.6%)했다고 생각했다.

당장 퇴직연금을 모르고 있는 경우도 상당했다. 직장인 대부분(75.1%)은 퇴직금제도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퇴직연금에 대한 인지도는 절반 정도(52.6%)에 불과했다. 퇴직연금 가입률이 낮은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퇴직연금을 알고 있어도 제대로 수령을 못하는 직장인은 네 명 중 한명 꼴(26%)이었다. 이들은 기업의 재정악화로 인한 체불 (36.8%), 퇴직급여제도가 없는 기업에 근무 (33.4%), 기업의 도산 (22%) 등으로 이직이나 퇴사 시 퇴직급여를 받지 못했다. 퇴직금 체불 방지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전체 응답자 중 노후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한 47.4% 가운데 퇴직연금을 활용하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노후준비 수단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복수응답)은 국민연금(61.8%), 개인연금 (54.6%), 저축 및 펀드(48.8%), 퇴직연금(31.7%) 순이었다.

한편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한 직장인들이 노후자금 준비 방법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항(복수응답)으로 안정성(84.8%)을 드는 등 노후 대비자금은 보수적인 기준으로 준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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