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서 지하철 탈선…최소 12명 사망·150명 부상(종합2보)

"공급 전압 강하로 급정차하면서 탈선"…한국교민 등 외국인 사상자는 없어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지하철에서 15일 오전(현지시간) 전동차 탈선 사고가 발생해 승객 최소 12명이 숨지고 150명 이상이 다쳤다.

이타르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오전 8시 40분께 모스크바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아르바트스코-파크롭스카야 노선' 서쪽의 '슬라뱐스키 불바르' 역과 '파르크 파베디' 역 중간 지점에서 일어났다.

탈선은 출근 시간대 승객들을 태우고 운행 중이던 열차가 공급 전압 강하로 급정차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압 강하 원인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선 갑자기 더워진 여름 날씨로 냉방기 사용 등이 늘면서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모스크바 전력회사는 그러나 지하철에 대한 전력 공급 차질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시 교통국은 테러 가능성도 없다고 밝혔다.

열차 급정차로 전동차 3량이 탈선했으며 1량은 심하게 부서졌다. 부서진 전동차에 승객들이 갇히면서 사상자가 늘어났다.


재난당국인 비상사태부 장관 블라디미르 푸추코프는 이날 사고로 1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테르팍스 통신은 모스크바시 보건 관계자를 인용해 사망자가 16명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모스크바 시 보건국은 110명 이상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그 가운데 절반 이상이 중태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자 가운데 외국인은 없다고 모스크바 시당국은 밝혔다. 주러 한국대사관도 "사상자 중에 한국 교민을 포함한 외국인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사고 이후 200여 명의 승객이 지하철 터널에서 빠져나와 긴급 대피하는 과정에서 대규모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사고 신고를 접수한 비상사태부는 구조요원 300여 명을 현장에 긴급 투입돼 승객 구조 및 대피 작업에 나섰다. 8대의 헬기와 60여 대의 응급차도 동원해 환자 수송 작업을 벌였다. 시 당국은 승객 수송을 위해 60대의 버스를 추가로 배차했다.

이 때문에 사고 지점 도로엔 대규모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세르게이 소뱌닌 시장은 사고 현장에 직접 나와 구조 작업을 지휘했다.

남미 국가들을 순방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사고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통령 공보비서(공보수석)가 밝혔다.

옛 소련 시절인 1930년대부터 건설된 모스크바 지하철은 현재 12개 노선이 운용되고 있다. 하루 평균 700만 명의 시민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선에서 노후한 소련 시절 전동차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고 역사 시설도 낡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지난 3월 21일에도 모스크바 동북쪽 '숄코프스카야' 지하철 역 근처 지하 터널에서 배수관이 터지면서 철로가 물에 잠겨 600여 명의 승객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2012년 6월에는 시내 중심가 '오호트니 랴드' 지하철 역 인근 구간에서 전력 공급선에 불이 나 4천500명의 승객이 대피하는 과정에서 50명이 부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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