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로운 여권의 핵으로 부상한 김무성 대표간에는 사안별로 긴장과 협력관계가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의원의 대표 등극은 여권 내부에 커다란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이명박정부 말기부터 지금까지 새누리당은 '박근혜'로 대표되는 단일중심체제가 유지돼 왔지만 김무성 의원의 정치적 약진은 단일중심체제의 종식을 의미한다.
아직 대통령의 임기가 3년 8개월 가량 남았지만 새누리당의 당권을 거머쥔 김무성 의원은 지지율이 10%에 이르는 대권주자 가운데 1명이고 20대 국회를 구성할 총선거를 주도할 권한까지 가져 여권내부의 새로운 실력자로 부상했다.
따라서, 친박근혜계 이른바 '친박계' 중심의 당 운영에는 일정한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지난 18대 대통령선거와 19대 공천, 박근혜정부 집권초기의 당.정국운영은 친박계가 주도해 왔지만 당장 15일부터는 김무성 만들기에 공이 있는 친 김무성계보가 제 목소리를 내며 실질적인 당권장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럴 경우 당정청에 걸쳐 헤게모니를 장악한 채 국정과 정국을 주도해 온 친박계의 독주에는 자연히 제동이 걸리면서 친박계는 점차 그 역할의 범위가 축소될 수 밖에 없다.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는 14일 CBS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만 바라보고 있던 친박 주류가 퇴조할 가능성이 높고 강한 리더십을 견지해 온 김무성 대표 스타일로 볼때 '친김'이란 형태의 새로운 주류세력이 형성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급격한 변화를 주지는 않고 완급을 조절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김무성 의원은 경선기간 "대표가 되면 재보선에 올인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바 있고 김무성캠프의 한 관계자는 14일 "(김무성 대표가)최대한 박근혜 대표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선에서 변화를 꾀할 것이다"고 말했다.
당청관계의 변화도 불가피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후 지금까지는 청와대가 국정과 정국운영을 사실상 주도해 오고 당은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에 충실했지만 김무성체제의 출범으로 당이나 정국주도권의 무게중심이 당쪽으로 이동하면서 양자간에 균형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김무성캠프의 배용수 공보단장은 14일 "김무성 의원은 옳은 것은 밀어붙이지만 명분없는 것에 얽매여서 연연하지 않을 것이다. 추진할 건 추진하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며 청와대에 끌려가는 당청관계의 변화를 예고했다.
김갑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대표는 이와관련해 "김무성 의원은 현 정권에 대한 로열티보다 차기정권 창출의 의지가 강해서 수직적인 청와대 주도형 당청관계에서 수평지향적 당청관계로의 변화를 요구하며 당의 위상을 재고시키려는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따라서, 여권내 청와대와 새누리당 이란 두개의 중심축이 동시에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 과정에서 사안별로 양자가 긴장과 협력을 반복하는 정국과 당운영의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박근혜정부 집권 초기만 해도 최경환 원내대표와 홍문종 사무총장 등 당의 전면에 친박 성향이 강한 인사들이 포진해 박 대통령의 입김이 여당에 그대로 전달됐지만 김무성체제는 대표와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이 모두 '비박계' 일색이어서 청와대는 새누리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당과의 소통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무성체제의 출범으로 여권은 바야흐로 권력재편기에 접어들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