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는 14일(한국시각)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주경기장에서 열린 독일과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 결승에서 연장까지 120분간 뛰면서도 끝내 침묵했다.
앞서 출전했던 월드컵에서 부진했던 메시는 안방이나 다름없는 브라질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는 조별리그부터 16강까지 4경기 연속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되는 등 4골 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1990년 이후 24년 만에 월드컵 결승에 오른 아르헨티나의 희망은 단연코 메시였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혼자의 힘으로 아르헨티나의 두 번째 월드컵 우승을 선사했던 디에고 마라도나와 같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이미 마라도나(34골)보다 많은 A매치 득점(42골)을 기록한 메시는 브라질월드컵을 통해 A매치 출전 기록도 93경기로 늘려 91경기의 마라도나를 뛰어넘었다. 메시가 마라도나를 넘지 못한 유일한 기록은 월드컵 우승뿐이었다.
브라질 축구의 상징과도 같은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 결승은 통산 세 번째 우승과 함께 '최대 라이벌' 브라질의 콧대를 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메시는 상대의 집중 견제에도 초반부터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스위스와 16강, 네덜란드와 준결승에서 연장까지 치르며 이미 체력 고갈을 노출했던 메시지만 젖 먹던 힘까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메시와 그의 동료들은 전반에 상대를 압도하지 못했고, 후반 들어 메시는 완전히 경기의 중심에서 이탈했다. 힘겹게 연장까지 승부를 끌고 갔지만 아르헨티나는 오히려 연장 후반에 마리오 괴체(바이에른 뮌헨)에 결승골을 내주고 고개를 떨궈야 했다.
메시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명예회복의 기회였던 프리킥마저 상대 골대를 크게 벗어나 관중석으로 향하자 허탈한 듯 멋쩍은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그의 마지막 미소에는 기쁨이 아닌 실망이 가득했다. 브라질월드컵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선수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을 수상하고도 메시가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같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