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참석만으로 특정 후보에게 유리·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미묘한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통령은 14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리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당원 자격으로 참석해 축사를 할 예정이다.
이를 놓고 서청원 의원 측과 김무성 의원 측이 서로에게 유리하다며 대립하고 있다.
서청원 의원 측에서는 박 대통령이 예상을 깨고 참석하는 것 자체가 친박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며 서청원 의원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서청원 의원은 당 대표 선거운동 기간 내내 '박근혜 지킴이'를 자처하며 "박근혜와 정치운명을 같이 하겠다"며 박의 정서를 활용했다.
박 대통령의 출현 자체만으로 이날 전당대회장에 참석하는 현장 대의원 9,351명의 표심을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에 김무성 의원 측은 박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은 일종의 관례로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을 '박심' 운운하는 것은 청산해야 할 '과거의 구습'이라는 입장이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 '선거의 여왕' 시절 특정 후보와 정치인을 지지하려 할 경우 공개적으로 특별한 언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은근히 행사장에 나타나거나 옆에 대동하는 것으로 지지한다는 뜻을 피력해 왔다.
박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도 그런 '심모원려'가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미로 읽히기도 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1년 12월 친박 주류로부터 괄시를 받으며 낙천 대상자로 꼽혔던 진영 의원을 지지하기 위해 서울 용산에서 열린 김장 담그기 행사에 참석했다.
진영 의원 옆에서 김장을 담그며 가벼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사진에 찍혔고, 진영 의원은 이듬해 2월 공천을 받았다.
대통령이 지난 11일 경기 김포의 로컬푸드 공동판매장을 방문한 것도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새누리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모종의 뜻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당대회에 참석하는 새누리당 당원들이 박 대통령의 이런 정치 방식을 모를 리가 없다.
◈ 朴의 참석…두 번째 표심에 영향을 미칠 것
1인 2표제의 두 번째 표심을 움직이고자 하는 의도가 배어 있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관례라고는 하지만 대통령이 이번 당 대표 경선처럼 치열하게 진행되는 전당대회장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영향을 미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당대회 참석 대의원 9,351명(여론조사 포함 전체 선거인단의 20분의 1)은 어느 정도 대통령의 참석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서로 우세를 장담하고 있는 서청원, 김무성 의원의 선거에는 제한적일지라도 3,4위권 후보 세 명에게는 1,2백표가 적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3,4위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이인제, 김태호, 홍문종 의원 측에서는 박 대통령의 출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유일한 친박인 홍문종 의원이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일단 나오기도 한다.
여론조사와 선거인단 투표가 13일까지 다 이뤄진 관계로 대통령이 전당대회장에 나타나더라도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어찌 됐든 박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대통령으로선 부담이 없지 않다.
박 대통령이 서청원 의원이 당 대표가 되는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다는 소문은 경선 이전부터 널리 퍼졌으며 서청원 의원이 당원들을 만날 때나 유세 기간 동안 '박근혜 지킴이'를 강조한 것도 '박심'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만약 서 의원이 당 대표가 된다면 박 대통령은 여전히 '선거의 여왕'이라는 수식어에 '정치, 선거 9단'이라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그렇지만 서 의원이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에도 2위로 밀릴 경우 김무성 의원 측과는 일정 부분 불편한 관계를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실제로 김무성 의원 측은 박 대통령의 전당대회 참석에 조금 긴장하며 의아해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