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을 마친 인근 성심여자중학교 학생들로, 한국마사회 용산 장외 발매소 현장으로 검증을 나온 서울서부지법 민사21부 황윤구 부장판사 등 재판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검증을 마친 재판부가 경마장 밖으로 나오자 이들 여중생은 인도를 가득 메운 채 여러 차례 "판사님,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했다.
몇몇 여중생들은 "판사님, 제발요. 제발요"라며 울먹였고, "하느님 지어주신, 삼천리 푸른 하늘~"로 시작하는 교가를 합창했다.
학생들 손에는 "다음 시험 범위는 도박?", "말도 안 돼", "이게 무슨 일이야", "훠이 훠이"라고 적힌 팻말이 들려 있었다.
법원으로 돌아가기 위한 차량을 기다리던 재판부는 잠시 발이 묶인 채 이 모습을 가만히 지켜봤다.
집회에 나온 1학년 김모 양은 취재진에게 "경마장에는 유흥업소도 딸려올 것이고, 돈을 잃은 취객들이 화가 나서 어떤 해코지를 할까 두렵다"고 말했다.
이날 검증은 한국마사회가 '개장에 반대해온 성심여중·고 등 인근 학교 교사와 학부모 등으로 구성된 추방대책위 관계자들이 경마장 건물 주변에 접근하면 벌금 100만 원을 물게 해 달라'는 취지의 영업 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낸 데 따른 것이다.
인근 학교 위치와 버스 정류장 등의 위치는 밖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15층 객장에서 파악했다.
마사회 측은 "시범 개장을 하고 나니 시위 강도가 격해져 첫날부터 입장객을 몸으로 막고 직원들마저 출입을 저지당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명백히 범죄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마사회 측 변호인은 "작게 보면 객장에 입장 못 한 사람만큼의 손해가 있지만, 시위로 인해 영업 범위가 많이 축소된 것까지 포함하면 손해액은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성심여고 김율옥 교장은 "화상경마장이 학생 생활권에 자리를 잡고 있어 학생들에게 심각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불을 보듯 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율옥 교장은 이어 "등하굣길이나 야간자율학습이 끝나는 길에 돈과 함께 이성을 잃은 경마장 이용객들의 욕설이나 폭력에 노출될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화상경마장 현장에서 1시간여 검증을 마친 재판부는 오는 15일 법원에서 심문을 이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