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취임 이후 원내지도부와 첫 회동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우윤근 정책위의장은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자와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임명 재고 요청을 시작으로 이병기 국정원장 후보자 문제, 정홍원 총리 유임 문제 등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전달했다.
또 국정원 개혁, 4대강사업에 대한 국정조사,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5.24조치 해제, 대기업 감세정책 환원, 경제민주화 입법과 관련한 상법개정안 조속한 통과 등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김.정 두 후보자에 대해서는 "잘 듣고 참고하겠다"고 답변했다. 자신이 내정한 장관 후보자들을 내치라는 요구에 대해 알았다고 대답할 수 없는 처지임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이런 반응은 야당의 요구와 시중의 여론을 고려해서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관련 입법 통과와 경제활성화를 위해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데 노력했다. 새 총리 후보를 찾는데서 오는 어려움을 설명하면서 정 총리 유임의 불가피성에 대해 이해를 구했고, 정부조직법 개정안과 이른바 유병언법.김영란법의 조속한 통과를 요청했다.
또 세월호 사고 때문에 출범이 늦어지고 있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에 여야 정책위 의장의 참여를 요청했고, 4대강 문제와 관련해서도 부작용을 검토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했다.
대기업.부자 감세 정책을 환원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생활비를 줄이는 문제 등에 대해서는 아주 중요하다며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상법개정안 처리 요구에 대해서도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이완구 "화기애애 했다"…박영선 "여야와 청와대가 국정현안 논의"
하지만 지난해 9월 박 대통령이 국회로 찾아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대표를 만났을 때 얼굴만 붉히고 돌아섰을 때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로 이날 분위기는 괜찮았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원내지도부의 회동이 정치가 복원되고 정상으로 가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성과가 있고 없고를 떠나 이런 모습이 국민들에게 걱정을 덜어 드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호영 정책위 의장도 "오늘 회동이 매우 의미있고 유익했다"며 "앞으로도 여야와 청와대가 서로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으면 한다"는 바램을 나타냈다.
여당 원내지도부 뿐만 아니라 박영선 원내대표와 우윤근 정책위의장 등 야당 지도부도 공동기자회견 동안에 간간히 웃음을 보이는 등 이날 회동이 결코 나쁘지 않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영선 원내대표는 "오늘 회동에 대해 걱정하는 야당내 목소리도 있었고 국민들 가운데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있었다"며 "국민들의 걱정을 덜어 드리고 대한민국의 발전과 미래를 위해 여야와 청와대가 국정현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국민이 바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이날 회동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했다.
◈박 대통령 국정운영 방식 변하나?
박 대통령은 세월호 사고 대처 미흡에 대한 총체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이지만 세월호 이후에도 계속된 인사실패 등으로 지지율이 취임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좀처럼 국정운영 동력을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월호 관련 후속 대책과 경제활성화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집권 1년차에는 6,70%를 웃도는 지지도를 바탕으로 국정원 댓글사건과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의 문제에 대해 강공을 펼쳤지만 국정혼란을 더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여론이 많아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려운 카드가 됐다.
야당으로서도 정치적인 사안이 아닌 경제.민생 이슈와 관련해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게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
무엇보다 국정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여론과 '미니총선'으로 규모가 커진 7.30 재보선을 앞두고 청와대나 여야 모두 민심을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이 비교적 괜찮은 회동으로 귀결됐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정례적으로 여야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의 회동을 제안한 것은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통치스타일의 변화를 시사하는 신호탄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주목해 볼만하다.
◈첫 시험대 '김명수.정성근 후보자' 문제…임명철회로 가나?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날 회동이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해 곧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박 대통령이 야당이 임명 재고를 요청한 김명수.정성근 후보자에 대한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 모처럼만에 풀린 데탕트 국면은 급속도로 냉각될 수 밖에 없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을 박 대통령이 김명수 후보자와 정성근 후보자를 분리해서 한명은 임명하고 다른 한명은 임명하지 않을 경우 야당의 반응이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야당이 요구한 여러 현안에 대해서도 답을 줘야 하지만, 여권에서는 야당의 요구를 전부 들어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강해 정치권의 '화해 무드'를 위협하는 잠재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야당으로서도 세월호 관련 특별법을 오는 16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하고 정부조직법, 유병언법, 김영란법 등을 8월 국회에서 의견을 수렴해서 처리하겠다고 약속해 이에 대한 성의표시는 해줘야 하는 책임을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