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대지 규모 4,000평. 텃밭 1,000평에 연못 2,000평. 누구는 이곳을 너른식당이라 부르고 누구는 이곳을 너른마당이라 말한다.
훈제 오리 요리로 꿈의 식당으로 우뚝 선 ‘너른마당’. 식당보다 넓은 연꽃 연못을 보며 텃밭에서 가꾼 농작물 그대로를 먹을 수 있는 것은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축복이다.
3대를 거치며 우직하게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임순형 회장. 그는 늘 꿈으로만 간직해오던 너른마당의 청사진을 직접 완성하며 아들과 함께 장인의 길을 가고 있다.
너른마당 임순형 회장과 임종덕 사장, 두 부자가 전하는 찐한 성공 스토리를 들어 봤다.
■ 오리요리 식당을 얼마나 했나?
27년째 하고 있다. 어머니께서 식당을 하셨는데 그걸 내가 이어받고, 이제 아들이 함께 이어가고 있다. 어머니께서는 처음에 꿩 요리를 했는데 그게 수요와 공급을 맞추기 힘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오리 요리였다.
■ 이런 너른마당을 구상한 것은 언제인가?
한 10년 정도 됐다. 예전부터 식당 옆에 연못이 있고, 농사를 지으며 논 속에는 우렁이와 미꾸라지가 있어서 황새가 날아오고... 그런 꿈을 꾸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실현되리라 생각지 못했다. 그냥 하나씩 하나씩, 조금씩 이것저것 가꿔 나가다 보니 10년의 꿈이 오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제 옆에 다가와 서 있었다.
시중에 나오는 똑같은 조리법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나만의 맛을 고집하다 보면 언젠간 그곳에 내가 우뚝 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쉽게 따라 하지 못하고 손이 많이 가지만 특별한 조리 방법으로 요리하다 보면 나만의 노하우를 가지게 된다. 그게 어려워 보일 수 있는데 그 길은 어렵지만 편안한 것이다. 어렵지만 나를 지금까지 이끌어 주는 경쟁력은 거기서 나온다고 본다.
■ 1등이라는 프라이드를 계속 가지고 사는 것도 외롭지 않나?
그래서 내 마음속엔 항상 ‘나는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세 번째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계속 1등을 향해 전진하는 활력소도 생기고 외부로부터 견제도 덜 받는다. 1등은 고지에서 내려와야 하지만 2등은 올라가는 자세로 일할 수 있다.
그걸 갇혀 있다고 생각하면 식당을 못한다. 이건 내 삶이고 즐기는 것이다. 아침에 출근해서 작업복을 입고 풀을 뽑고, 재료를 선별하는 것 자체가 나에겐 하나의 즐거움이다. 늘 식당에 나와서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일을 하는 게 삶의 낙이라 생각해야 한다.
■ 식당에서 일하는 모든 분의 충성도가 높던데 이유가 있나?
그건 아마 제가 말로만 지시하는 게 아니라 직접 직원과 같이 요리하고 일해서가 아닐까 싶다. 내가 술 마시고 노름하고 노는 걸 좋아하면 어느 직원이 날 진심으로 따르겠나? 내가 할 일을 잘하고 다 하면 예는 저절로 갖춰지고 믿음도 거기서 생기는 것 같다.
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속상하지 않은 사람이 있겠나?(웃음) 나 같은 경우는 다른 것보다 손님에게서 느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정말 정성 들여 음식을 만들어 손님께 드리는데 ‘맛이 없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을 때가 제일 속상하다. 그래도 어쩌겠나? 더 맛있는 조리법으로 손님을 만족하게 만들어야 하는 게 우리의 책임이다.
■ 아들인 임종덕 사장은 아버지를 어떻게 생각하나?
(이하 임종덕 인터뷰) 아버지는 하고자 하는 일은 끝까지 성취하는 그런 분이다. 언제까지 하고 싶다 생각하면 꼭 이루신다.
■ 언제부터 가게 일을 시작했나?
중학교 때였다. 가게가 너무 바빠지기 시작하자 나를 찾았다. 주말에 놀러 나가면 혼났다. 그때부턴 일을 시작했다. 녹두지짐 만드는 것부터 다음엔 주차를 도왔다. 심지어 지금의 너른마당을 만들 때 내가 포클레인 기사 자격증을 따서 연못을 팠다. 이제 땅 파는 건 아이스크림 떠먹는 일처럼 잘한다(웃음).
원래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배우려고 배웠다기보다는 생활하다 보니 몸에 스며든 것. 어릴 적부터 늘 봐오던 모습이었기에 이게 일이 아닌 일상이라 생각했다. 늘 가족끼리 보면 답답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던데 나에겐 잘 맞고 좋더라.
■ 아버지랑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
물론 그런 부분도 있다. 많이 부딪쳐 봤는데 몇 번 해보니 저에게 이득이 없더라. ‘네! 알겠습니다’하면 며칠이 편하다. 아니라고 하면 그날부터 자식으로 보지 않으신다.
손님들에게 잘하는 것은 두말할 것 없고 개인적으론 복지가 잘 되고 직원들이 즐거워하는 일자리를 만들고 싶다. 쉬는 날도 많고 월급도 다른 식당보다 많이 주고.
■ 주변에 먹는장사를 하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면?
장사를? 굉장히 힘드니까 하지 말라고 할 것 같다. 특히 서비스에 체질이 맞지 않는다면 손님과 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자기가 즐겁게 못 하는 사람들은 보통 2년 이상을 못하더라. 거기에 장사가 좀 된다 싶으면 모임 같은 걸 나가는데 그때 자리를 비우게 되면 식당이 소홀해진다. 우리 아버지 봐라. 한 번도 안 나가시지 않나? 그래서 내가 힘들다. 좀 나가시지(웃음).
취재 내내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는 식재료를 직접 생산하는 것을 보고 계속 놀랬다. 김유진 칼럼니스트는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가는 방식으로 요리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다른 식당과 다른 모습에 감탄했다. 그는 너른마당을 “음식과 손님에 대한 넓은 마음을 가진, 우직한 바보가 만드는 음식”이라고 평가했다.
◇ 한국형 장사의 신 취재진이 전하는 ‘너른마당’의 성공 비법
너른마당 성공의 비결은 자신만의 꿈과 뚝심에 있었다. 너른마당의 오너는 자신이 원하는 꿈을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그리며 식당을 준비해왔다. 수익이 생기면 그것을 잘 배분해서 조금씩 조형물 구매해 모았고, 주변의 땅을 인수하며 크기를 키웠다. 그리고 뚝심있게 자기만의 요리법을 고수 한 끝에 최고의 식당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너른마당 위치 -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 198-214
진행 – 김유진 푸드칼럼니스트
헬리캠 - 임종덕
취재 – CBS 스마트뉴스팀 김기현PD, 박기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