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홍명보의 실패, 결국은 '조급증'이 문제다

남아공 대회 후 4년간 감독 3번 바뀌며 연속성 전무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은 브라질월드컵에서 부진한 성적의 책임을 지고 대한축구협회의 유임 결정 일주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박종민기자
1년의 준비는 실패로 끝이 났다. 이제 결정권은 다시 대한축구협회로 넘어갔다.

홍명보 감독은 10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축구대표팀 감독 자진 사퇴를 선언했다. 브라질월드컵 성적 부진에도 대한축구협회가 유임을 발표한 지 정확히 일주일 만이다.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내려놓는 자리에서 홍명보 감독은 자신의 실패를 인정했다. 하지만 실패의 분명한 원인도 함께 지목했다. 홍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부진의 원인을 자신이 월드컵 예선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본선에 직행한 점을 꼽았다.


"월드컵 실패 원인을 찾아보니 머리 속에 드는 하나의 생각이 내가 예선전을 거치지 않은 감독이라는 점"이라고 밝힌 홍 감독은 "예선을 거쳤다면 선수들의 능력과 장단점을 더 잘 알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아는 선수로 팀의 골격을 만드는 게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2012년 올림픽을 다녀온 감독이기 때문에 올림픽에 다녀온 선수들을 객관적으로 놓고 평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K리그 선수들까지 모두를 평가했을 때 그들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선수 선발의 기준을 공개했다.

사실 홍명보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최종명단을 선발한 뒤 자신이 편애하는 선수로만 최종명단을 구성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홍 감독도 국가대표팀을 떠나는 자리에서 이를 어느 정도 시인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홍 감독이 대표팀을 구성하기까지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광래 전 감독과 최강희 전 감독이 차례로 예선을 이끌었고, 홍 감독에게는 본선 진출이 확정된 대표팀이 맡겨졌다. 애초부터 대표팀 운영의 연속성은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홍 감독의 부임으로 대표팀 코칭스태프 구성도 바뀌었다. 대표팀 후보군에 오른 선수들의 경기력 파악도 한계가 있었다. 이 때문에 홍 감독은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선수들이 대표팀 선발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성공적인 월드컵 준비를 위해 1년의 시간은 너무 짧았다.

결과적으로 홍 감독의 선택은 실패로 끝났다. 비록 2002년 4강 신화의 중심에 있던 한국 축구의 영웅 한 명은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힌 채 쓸쓸하게 무대를 떠나게 됐다. 하지만 한국 축구는 이 경험을 통해 차기 대회를 더욱 세심하게 준비할 계기를 마련했다. 적어도 차기 감독에게는 당장 눈 앞에 있는 아시안컵에 급급하기보다는 거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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