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축구팬 사이에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바르셀로나)는 '마지우개'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마스체라노의 성 맨 앞글자인 '마'에 상대 공격수를 전담 수비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포지션의 특성을 살린 단어 '지우개'가 더해진 신조어다. 이 별명이 워낙 대중화된 덕에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 '마지우개'라는 단어를 검색해도 마스체라노가 연결될 정도다.
10일(한국시각)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에서 열린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 준결승은 마스체라노의 '지우개 본능'이 고스란히 발휘된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마스체라노는 네덜란드의 에이스 아리언 로번(바이에른 뮌헨)을 완벽하게 막았다. 네덜란드의 4강 진출을 이끈 주역인 로번이지만 마스체라노의 철통 방어에 결국 고개를 떨궜다. 로번의 부진에 로빈 판페르시(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마저 별다른 활약 없이 교체됐다.
마스체라노는 전반 26분 헤오르히니오 베이날뒴(PSV)와 공중볼을 다투다 머리를 다쳐 그라운드에 잠시 쓰러지기도 했지만 곧바로 돌아와 풀타임 활약했다. 전후반 90분과 연장 30분까지 120분간 '마지우개'가 이동한 거리만도 13km가 넘는다.
4차례의 태클은 반칙 없이 완벽하게 상대의 공격을 저지했다. 특히 후반 추가시간 로번의 결정적인 슈팅을 몸으로 막아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마스체라노의 몸을 날린 수비가 없었다면 네덜란드가 결승에 올랐을 수도 있을 결정적인 슈팅이었다.
이 경기의 최우수선수(MOM)는 승부차기에서 맹활약한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AS모나코)가 수상했지만 마스체라노는 분명 보이지 않는 MOM급 활약을 선보였다. 24년 만에 월드컵 결승에 오른 아르헨티나의 간판 스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가 빛날 수 있는 것도 마스체라노와 같은 보이지 않는 '숨은 영웅'의 존재 덕에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