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4만명을 동원하며 지상군 투입 채비에 나선 이스라엘에 맞서 하마스 역시 이스라엘 북부까지 로켓포로 공격하면서 2012년 11월 '8일 교전' 이래 최악의 사태가 빚어지는 양상이다.
◇ 이스라엘 이틀째 대규모 공습…팔' 사망자 38명으로 늘어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는 여성과 어린이 11명을 포함해 모두 17명이 숨졌다.
전날 사망한 하마스 무장대원 4명을 비롯한 21명까지 포함하면 8일 '변경 보호 작전'의 이름으로 시작된 이스라엘 공습으로 희생된 팔레스타인은 모두 38명으로 늘었다.
이틀새 팔레스타인 부상자도 300명을 넘어섰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이날 사망자 가운데 최소 1명이 하마스 무장대원이며 어린이와 여성이 각각 6명과 5명에 달했다고 긴급구조대 아쉬라프 알쿠드라 대변인이 밝혔다.
나머지 사망자 5명이 일반 주민인지 무장대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에만 160곳에 공습을 감행하는 등 이번 공습을 시작한 이래 모두 430곳에 폭격을 가했다.
가자지구에는 밤낮없이 폭발음이 들리고 건물이 흔들렸다. 접경지 주민들은 이스라엘군의 침공을 피해 가자지구 안쪽의 친척집 등지로 대피했다.
하마스는 예루살렘을 비롯해 이스라엘 중심도시를 처음 로켓으로 공격하는 한편 북부 도시 하이파까지 공격 범위를 넓혔다.
하마스 산하 에제딘 알카삼 여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처음으로 예루살렘과 텔아비브에 M75 로켓 4발씩, 북부지역 하이파에 R160 로켓 1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수도 예루살렘에는 공습 사이렌이 울리고 나서 폭발 굉음이 연달아 들렸다. 경제수도 텔아비브를 겨냥한 로켓포 2발은 이스라엘의 미사일방어 시스템 '아이언돔'에 격추됐으나 주민들이 서둘러 대피하는 등 혼란이 빚어졌다.
이스라엘은 로켓 한 발이 가자지구에서 140㎞ 떨어진 북부 하이파가 아니라 100㎞ 떨어진 하데라에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까지의 하마스 로켓 공격 중 최장거리다.
전날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로 떨어진 로켓포는 모두 117발에 달하며 이 가운데 45발이 예루살렘과 텔아비브, 하데라 등 주요 도시에 집중됐다.
이스라엘군은 로켓포 45발을 격추했다고 밝혔다.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의 인명 피해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 채비…전면전 우려
이스라엘은 4만 명 규모의 예비군에 동원령을 내리는 한편 가자지구 접경 지역에 2개 여단을 배치하며 지상군 투입 채비에 나섰다.
이츠하크 아하로노비츠 이스라엘 치안장관은 "(공격은)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을 것이고 지상 작전이 필요하면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셰 야알론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남부 지역에 특별비상사태를 선포하며 "모든 것을 동원한 작전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AP 통신은 "이스라엘군이 지상 침투에 대비해 점차 국경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면서 "지상 침투는 아마도 수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마스도 "이스라엘이 2012년 말의 휴전합의를 깬 것"이라고 비난하면서 "이스라엘은 안정을 꿈도 꾸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어 양측이 공격수위를 높이다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美·아랍 의견 갈려…"국제사회 개입" 목소리도
미국은 전통적 우방인 이스라엘 지원에 나섰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이스라엘 민간인을 겨냥한 하마스의 지속적인 로켓 공격을 규탄한다"면서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최근 하마스와 통합정부를 구성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에게 로켓 공격 중단과 지역 안정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로켓 공격을 비난하면서 양쪽에 민간인 살상과 지역 불안정을 불러오는 행위를 피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랍권은 이스라엘의 공습을 비난하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은 전날 카이로에서 회의를 열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중단시키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긴급회의 소집을 요구했다.
터키 역시 외무부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에 즉각 공습을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한편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개입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