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대 美대통령 하딩의 불륜, 1세기만에 공개

백악관 입성 전 15년간 친구 아내와 부적절 관계

컴퓨터나 텔레비전은 물론 전화마저도 생소한 물건이던 1905년, 미국의 한 유부남이 이웃에 사는 친구의 아내에게 격정적인 내용의 손편지를 날리기 시작했다.

스캔들의 주인공은 29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워런 하딩과 캐리 필립스.

이들의 부적절한 관계는 하딩이 연방 상원의원을 거쳐 대통령에 취임(1921년)하기 직전까지 15년간이나 지속됐다.

하딩은 1910년 보낸 편지에서 "이 세상 모든 것보다 당신을 사랑한다. 그 어떤 것도 당신과는 바꾸지 않는다. 사랑스러운 당신의 팔, 숨막히는 입술, 견줄데 없는 없는 당신의 가슴 속에서라면…"이라고 썼다.

하딩과 필립스가 1세기 전에 주고받은 손편지가 이달 말 전면 공개된다고 CNN 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데이비드 로브날트가 2009년 펴낸 '더 하딩 어페어'에서 일부 공개된 이들 편지는 미국 대통령이 된 남자가 그 몇해 전인 1차대전 당시 어떠한 비밀을 가졌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 로브날트는 자신의 책에서 두 사람의 스캔들이 역사적으로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려했다.

필립스가 독일의 스파이 노릇을 했거나 1916년 하딩이 대선 출마를 하지 않도록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던 것이 그런 맥락이다.

로브날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굳이 1차대전에 휘말릴 필요가 있었는지가 여전한 의문"이라며 "두 사람은 이 문제로 열띤 논쟁을 벌였다. 필립스는 친독일파, 하딩은 친미국파였다"고 말했다.

하딩의 편지에는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의 외설적인 표현이 자주 등장하기도 한다.

로브날트는 "표현이 매우 사실적"이라며 "100년 전엔 누구도 섹스에 대한 환상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을 향해 나는 만약 그랬다면 지금 우리가 여기에 없을 것이라고 반박한다"고 강조했다.

로브날트의 책에서도 소개됐듯이 두 사람이 불장난에 빠져든 1905년 하딩은 오하이오주의 부지사를 지내고 있었다.

그해 봄, 하딩은 네살짜리 아들을 한해 전에 먼저 떠나 보내고 여전히 슬픔에 젖어 살던 필립스의 남편인 친구에게 요양원에 가서 몸을 추스릴 것을 권했다. 당시 하딩의 아내는 신장 질환에서 회복 중이었다.

이들의 연애 행각은 8월부터 시작됐지만 육체적인 관계로 발전한 것은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뒤였다.

그 시절은 지금과 달리 인터넷이 없었지만 하딩은 불륜 행각이 행여나 발각될까봐 노심초사했다.

하딩은 상원의원에 출마하기 2년 전인 1913년 편지에서 "왜 내가 당신 집으로 편지를 썼는지 문득 소스라치게 놀라곤 한다"면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만 질릴 때까지 간직하되 나머지는 모두 폐기하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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