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9일(한국 시각) 미국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와 인터리그 원정에서 2⅓이닝 10피안타 7실점 부진을 보였다. 10승은커녕 5패를 당했다. 평균자책점도 3.08에서 3.65로 치솟았다.
무엇보다 심리적으로 무너진 게 컸다. 경기 전부터 류현진의 표정은 다소 굳어있었다. 본인이 가장 선호하는 6일 만의 등판이었으나 상대가 워낙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강팀이었다.
디트로이트는 월드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아메리칸리그(AL) 중부지구 1위의 강자. 특히 팀 타율 2할7푼5리는 AL 1위이자 메이저리그 전체 2위를 달리고 있었다. 현지에서는 이번 시리즈를 '미리 보는 월드시리즈'로 전망하며 관심도 컸다.
류현진은 1회를 별 무리없이 넘겼다. 볼넷 1개를 내줬지만 상대 간판 미겔 카브레라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등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앞선 1회초 타선이 5점의 든든한 지원을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2회 고비를 넘지 못했다. 먼저 판정 번복의 아쉬움을 이겨내지 못했다. 류현진은 선두 토리 헌터에게 2루타성 타구를 맞았으나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가 기막힌 송구로 아웃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상대 브래드 아스머스 감독의 비디오 판독 요청으로 세이프로 뒤집혔다.
흔들린 류현진은 이후 7피안타로 대거 5실점했다. 여기에는 폴 슈리버 구심의 다소 들쭉날쭉한 볼 판정도 영향을 미쳤다. 무사 1, 3루 볼 카운트 2-2에서 알렉스 아빌라에게 던진 바깥쪽 체인지업이 볼로 판정됐다. 이후 3회도 류현진은 구심 판정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러나 상대에게도 똑같이 적용된 존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극복했어야 했던 부분이다. 베테랑 상대 선발 저스틴 벌렌더는 1회 5실점 이후 안정을 찾아 타선 지원 속에 6회까지 무실점하며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다. 이날 류현진은 72개 투구 중 스트라이크가 43개였다.
여기에 디트로이트의 집중력도 여느 때와 달랐다. 최근 3연패를 끊기 위한 절박함이 묻어났다. 끈질긴 승부로 류현진을 괴롭혔다. 특히 브래드 아스머스 감독은 2회 회심의 비디오 판독 요청으로 류현진을 흔들었다.
결국 앞선 경기까지 원정 8경기 6승1패 평균자책점(ERA) 1.62를 찍은 류현진이었지만 디트로이트 원정이라는 큰 산은 넘지 못했다. 강한 멘탈로 이름난 류현진이지만 이날은 심리적인 맷집이 부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