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장 현장검증 "나를 조준해서…" 조준 사격 시인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사격 당시 심리상태 묘사

강원도 동부전선 GOP서 총기난사 후 도주해 구속된 임 병장이 8일 오후 현장검증을 받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강원도 고성 GOP 총기난사 사건의 피의자 임모(22) 병장이 8일 현장검증에서 부대원들에 대한 '조준 사격'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임 병장은 이날 사건 현장에서 실시된 현장검증에서 "나를 조준하고 있는 것 같아서 쐈다"고 진술했다.

현장검증은 최초 수류탄 투척이 있었던 GOP 보급로 삼거리에서 시작됐다. 포승줄에 손이 묶인 임 병장이 절름거리며 현장에 나타났다.

육군 수사관 2명의 부축을 받은 채로 땅바닥만 쳐다봤다. 현장에는 유가족, 부상자 가족, 임 병장 변호인 등도 참석했다.

임 병장은 수류탄을 던지는 시늉을 하며 순간 울컥한 듯 한동안 꿈쩍이지 않았다가 투척 후 수풀 아래로 몸을 숨기는 장면을 재연했다.

걸어가며 사격을 위해 공포탄을 제거했던 상황도 보여줬다. 임 병장이 K-2 소총을 겨드랑이에 끼고 부대원들에게 사격을 가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군 수사관의 질문이 이어졌다. 임 병장은 '몇 발을 쐈냐’'는 질문에 "그냥 여러 발 쐈다"고 답했다.

사격 후 생활관으로 이동한 이유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그쪽으로 도망가서 그랬다"고 했다.

특히 '지향자세로 이동하며 쏜 걸 봤다는 진술이 있다'에 "한 사람 쐈다"며 '지향성 사격'을 시인했다.

특정 부대원에 대한 원한이 사건의 원인일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삼거리에서 생활관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조준 사격 상황이 재연됐다.

일부 유가족이 임 병장은 부대원들이 자신을 조준하고 있다고 판단해 대응 사격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며 사격 당시의 심리상태를 묘사했다. 군은 임 병장이 생활관 주변에서 지향성 조준 사격을 가하는 모습이 CCTV에 촬영됐다고 밝혔다.

두 명의 병사가 사살된 생활관 내부에는 군데군데 사상자의 혈흔이 남아 있었다. 자식의 핏자국을 발견한 한 어머니는 침착함을 잃고 손으로 가슴을 쓸어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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