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과징금 소송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임기 내에 4대강 공사를 마칠 수 있도록 다수 공구를 동시 발주함으로써 건설사들로 하여금 공동 행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하거나 묵인했다"고 밝혔다. 현대건설도 정부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대규모 다기능 보를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설계 용역회사는 8개사에 불과해 애당초 경쟁이 이뤄지기 어려운 조건이었다"며 담합 입찰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했다.
물론 일부 건설사들의 이 같은 하소연은 소송을 통해 1,115억 원의 과징금 폭탄을 어떻게든 피해보려는 변명이자 꼼수로 볼 수 있다. 대형 건설사들이 나눠 먹기 식으로 4대강 공사를 진행해 온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데 아무리 지난 정부의 일이라고는 하지만 늘 정치권의 눈치를 보는 재벌기업이 정부를 직접 겨냥해 입찰 담합을 묵인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더욱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까지 거론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실 이명박 정부는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기식 속도전으로 추진했다. 불과 4개월 만에 4대강 사업 계획을 수립하고, 3개월 동안 환경영향평가를 마쳤으며, 3년 만에 공사를 끝냈다. 이러니 졸속 추진, 부실공사라는 지적과 함께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는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해 15개 전 공구를 동시에 발주한 것이 건설사들 간 담합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분명하다. 정부의 잘못이 건설사들의 부정행위를 당연하게 만들었고, 또 정부가 이를 알면서도 모른 체 했다는 주장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4대강 사업은 무려 22조원의 막대한 돈이 들어갔다. 시공업체가 미리 정해지면서 공사비는 부르는 게 값이었다. 문제가 된 공사 구간의 낙찰률은 90~99%였다. 국민의 세금이 줄줄 새는 건설사의 입찰 비리를 정부가 눈감아주고 방조했다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4대강 사업은 수질 악화와 하천 생태계 파괴, 구조물 안전 문제 등 총체적인 부실과 부패로 얼룩진 실패한 국책사업이다. 수자원공사의 4대강 빚도 국민이 떠안을 판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물론 누구 하나 사과하는 사람도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 앞으로 더 이상 이런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건설사의 입찰 비리 과정에서 정부의 잘못은 없었는 지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