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기업과 지역의 공동 발전은 이제 지방자치의 과제가 되었다. 특히 포스코 광양제철소와 여수국가산단이 위치한 전남동부권은 기업과 지역의 상생 욕구가 어느 지역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지역과 기업이 서로 상생하며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전남CBS는 독일과 일본에서 지역과 기업의 상생모델을 찾아보기로 했다. 150년 역사의 글로벌 화학기업 바스프는 인구 16만 명의 루드비히스하펜에 위치해 있고 12만의 소도시 볼프스부르크에서는 폭스바겐과 80년간 공생하고 있다. 40만 인구의 일본 도요타시는 도요타자동차 본사 유치를 위해 지역명까지 바꿨다.
세계적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자그마한 소도시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100년 안팎의 역사를 거치면서 상생을 이끌어낸 비결을 무엇일까 우리는 그 궁금증을 풀면서 우리의 해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편집자주]
| 차례 |
| 제1편 바스프의 소통 제2편 자동차의 도시로 가다 제3편 도요타, 세계를 품다 제4편 계획된 산업도시들의 놀라운 변신 제5편 기업과 도시 통해야 산다 |
◆자동차, 관광이 되다.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세계적인 자동차회사 폭스바겐(Volkswagen)의 도시 볼프스부르크.
볼프스부르크는 독일 중북부 니더작센(Niedersachsen)주에 있는 도시로 인구는 12만여 명이다.
여기에 폭스바겐 본사와 공장이 위치해 있다. 하지만 본사나 공장 때문에만 이곳이 유명한 게 아니다.
폭스바겐이 2000년 개장한 자동차 테마파크 '아우토슈타트(Autostadt)'를 통해 자동차는 이 도시에서 '문화'가 됐다.
아우토슈타트는 자동차 체험시설, 자동차 박물관, 브랜드별 쇼룸, 공원 등이 갖춰져 있는 25만㎡ 면적의 자동차 테마파크다.
미니카 운전에 합격한 아이들에게는 어린이운전면허증을 발급해주기도 하며, 성인들은 오프로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신차 출고장 '아우토튀르메'다. 아우토슈타트를 건설하게 된 계기이자 핵심 시설이다.
'아우토튀르메'는 강철구조물과 유리로 완성된 22층 높이의 건물로 4백 대의 차를 진열한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1,001대 건물'에 뽑히기도 했다.
폭스바겐은 이곳에서 신차를 픽업하는 고객에게 아주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가족과 함께 이곳을 찾으면 아우토슈타트 내에 있는 리츠칼튼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을 수 있고, 테마파크를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자동차의 역사를 볼 수 있는 자동차 박물관이 단연 인기 코스다. 아우디, 포르셰, 람보르기니 등 폭스바겐그룹의 차량뿐만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 BMW, 포드 등 100여 년 전에 생산된 모델부터 최신 모델까지 역사에 획을 그은 자동차들을 볼 수 있다.
박물관뿐 아니라 폭스바겐그룹에서 생산하는 각 브랜드별 자동차들만 전시해 놓은 브랜드 쇼룸도 자그마치 8개나 위치해 있다. 폭스바겐이 1964년 아우디를 인수한 수 후 폭스바겐 그룹에 참여하게 된 브랜드는 벤틀리, 람보르기니, 부가티, 포르셰, 두가티, 세아트, 스코다 등 11개에 이른다.
각 쇼룸에 들러 브랜드별 자동차를 골고루 구경할 수 있는 것이다.
조그마한 촌락이었던 볼프스부르크는 1938년 폭스바겐이 들어서면서 급성장했다. '비틀' 모델을 앞세워 성장가도를 달리던 폭스바겐도 1990년 독일 통일 이후 시작된 경기침체로 인해 극심한 경영난을 겪었다. 자동차 생산량이 줄고 볼프스부르크의 실업률도 치솟았다.
심지어 폭스바겐의 국외 이전 설까지 나올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했다.
이런 가운데 폭스바겐 노사와 볼프스부르크는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1994년 혁신캠퍼스 구축, 부품단지 조성, 인력지원 등을 내용으로 하는 협력프로젝트인 '아우토비전 2000'을 추진했다. 프로젝트 실행 이후 6년 만에 실업률은 절반으로 줄었고 1만 개가 넘는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됐다.
아우토슈타트도 이즈음에 협력모델의 일환으로 구상됐다. 출고장을 활용한 자동차 테마파크 건설 프로젝트를 실행한 것이다.
1994년부터 4억 3,000만 유로가 투자돼 2000년 6월 인근 하노버 박람회와 함께 개장했다. 지금은 연간 2백만 명이 찾는 볼프스부르크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다. 자동차가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이 된 것이다.
또 다른 자동차의 도시 슈투트가르트. 자그마한 소도시 볼프스부르크와 달리 슈투트가르트는 바덴뷔르템베르크의 주도로 인구가 60만이 넘는, 독일에서 6번째로 큰 산업중심의 도시다.
세계적인 명차 메르세데스 벤츠 본사와 포르셰의 본사가 있고, 벤츠 박물관과 포르셰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벤츠박물관은 벤츠의 역사를 통해 자동차의 모든 역사를 전시한 진중하고 진지한 내용을 콘텐츠로 구성돼 있고, 포르셰 박물관은 스포츠카, 경주 자동차 위주의 전시로 역동적인 이미지를 구현하고 있다.
역시 자동차를 통한 체험, 관광지로서의 시의 모습을 띄고 있는 것이다.
벤츠 역시 지역 사회와의 상생을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벤츠 본사 올리브 비홉스키 홍보이사는 "지역사회에 있는 유치원이나 유겐트 하우스라는 청소년의 집 등 사회복지시설과 직원들이 결연을 맺고 하루 정도는 그곳에 출근해 봉사하는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홉스키 이사는 이를 '앙가주망'이라고 하며, 이는 관계를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강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그러한 활동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월급의 일부를 사회공헌 활동을 위한 기부금으로 적립하고, 똑같은 액수만큼 회사에서도 적립한다. 회사에서 운영하는 메르세데스 벤츠 은행이 이같은 자금 지원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아우스빌둥'이라는 기술 직업교육 프로그램이다. 10년 동안 의무 교육을 끝내고 만 16세가 되면 3년 동안 기업 생산 현장에서 레어링(Lehring), 아쭈비라 불리는 실습생으로 일을 하면서 1주일에 한두 번 직업학교에서 이론 수업을 듣는다.
비홉스키 홍보 이사는 "벤츠 역시 독일의 다른 기업들처럼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좋은 성적으로 별문제가 없으면 벤츠에서 전문 엔지니어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