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내무부가 1980년대 정치권 인사가 연루된 아동 성범죄 혐의자료를 분실한 사실이 드러나 진상 규명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고 7일(현지시간) BBC 등 현지언론이 보도했다.
과거 유명인사의 성범죄에 대한 단죄 움직임의 불똥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지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성역없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혀 후폭풍을 예고했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과거 성범죄 대응에 문제가 있다면 낱낱이 파헤쳐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정부는 과거 잘못의 재발을 막기 위한 경찰의 성역 없는 조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번 논란은 내무부가 1980년대에 정치권 인사의 성범죄 혐의 관련 자료를 의회로부터 넘겨받았으나 별다른 조치 없이 해당 자료를 폐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거졌다.
노동당의 사이먼 댄적 하원의원은 레온 브리탠 당시 내무장관이 작고한 제프리 디킨스 보수당 하원의원으로부터 문제의 자료를 받았으나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브리탠 전 내무장관은 이에 대해 해당 자료를 절차에 따라 처리했으며 이런 사실은 이후 내무부의 자체 조사활동에서도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 각료를 지낸 보수당 노먼 테빗 상원의원은 1980년대 정치인 성범죄에 대한 조직적인 은폐 시도는 가능한 일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부추겼다.
야당인 노동당은 경찰 수사와 별도로 과거 정치권 인사의 성범죄 의혹에 대한 광범위한 진상조사를 위한 조사위원회 구성을 촉구했다.
내무부는 당시 자료 114건이 사라지거나 폐기된 사실을 확인했지만 관련된 13건의 정보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자료에서 성범죄 혐의와 연루된 옛 정계 인사는 당시 정부 고위인사와 왕실 관료라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당 소속 키스 바즈 하원 내무위원장은 정치인 성범죄 관련 혐의자료가 사라진 것은 심각한 일이라며 관련자를 소환하겠다고 밝혀 진상 규명 작업을 둘러싼 진통을 예고했다.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은 총리 발언에 따른 후속조치로 이날 의회에 출석해 아동 성범죄 관련 과거사 규명을 위한 조사위원회 가동 계획을 발표했다.
메이 장관은 민간기구인 영국아동보호협회(NSPCC) 회장이 위원장을 맡아 조사 활동을 이끌 것이라며 "조사 결과는 검찰에 제출해 필요한 사법처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