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피살된 재력가의 금품 제공 일지로 추정되는 장부를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7일 "살해된 재력가 송모(67) 씨 가족으로부터 일명 '매일 기록부'를 전달받아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 씨가 작성한 '매일 기록부'에는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는 김형식 씨가 20여회 언급된 것 외 다른 정치인과 공무원 10여 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씨는 A4 크기의 노트에 지난 20여 년 동안 자신이 돈을 건네거나 식사를 함께했던 이들의 이름을 매일 볼펜으로 기록했다.
김 씨 외에 또 다른 인물들의 이름이 같은 장부에서 발견됨에 따라 이 인물들 역시 송 씨 로비 대상이었는지 검찰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일각에선 김 씨의 살인교사 혐의 수사가 광범위한 정치권 로비 수사로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현재 살인 및 살인교사 혐의 수사에 집중하고 있다"며 "살인교사 혐의 동기 부분에 있어 필요하다면 관련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살인교사 혐의에 대해서도 지난 주말 팽 씨와 김 씨를 수차례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김 씨는 여전히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당분간 팽 씨와 김 씨를 조사하는 데 집중해 살인과 살인교사 혐의 증거를 확보하고, 범행 동기를 밝혀내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김 씨 지시에 따라 송 씨를 살해했다고 자백한 팽 모 씨가 중국으로 도주한 뒤인 지난 3월 20일 김 씨에게 "미안하다, 친구를 이용해서"란 문자를 남긴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팽 씨가 자신이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 지난 3월 20일 자정쯤 김 씨의 휴대전화로 '미안하다, 친구를 이용해서'로 시작하는 문자 6통을 보냈다"고 밝혔다.
또 "김 씨는 그 문자에 대해 답장을 보내지 않았고, 다른 문자를 주고받은 사실도 드러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팽 씨는 자신이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김 씨와의 처음 계획대로) 혼자 범행을 한 것으로 위장하기 위해 이 같은 문자를 보냈다.
김 씨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검찰과 경찰 양측의 '투트랙 수사'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성한 경찰청장은 7일 정례기자간담회에서 "서울지방경찰청이 송 씨 사무실에서 나온 여러 가지 자료들을 근거로 조사하고 있다"며 "이 중 정치인과 공무원이 포함된 자료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의 김 씨 살인교사 혐의 수사와는 별건으로 뇌물수수 등 '돈의 흐름'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며 "철도납품업체 관련 금품 거래 장부 내용도 일일이 다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 강서경찰서는 "김 씨가 살해된 송 씨로부터 자신의 빌딩 부지 용도 변경 청탁과 함께 5억여 원을 받은 뒤 친구를 시켜 송 씨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청탁을 성사시키지 못해 '6·4지방선거에 출마를 못 하게 하겠다'는 압박을 송 씨로부터 받자 김 씨가 지난 3월 친구 팽 씨를 시켜 송 씨를 살해했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김 씨에게 뇌물수수 혐의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를 뒷받침할 물증이 확보되지 않아 결국 제외하고 살인교사 혐의만 적용해 지난 3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