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판에 가면 10년 전의 내가 있다

올 여름 연인.가족과 함께하는 최고의 휴양지

사이판 북쪽 자살절벽에서 내려다본 태평양 전경(사진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 태평양에서 한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다

사이판은 나홀로 여행보다는 가족, 연인과 함께가는 휴양지로 손꼽히는 명소다. 태평양 특유의 에메랄드빛 바다와 청명한 하늘, 이를 배경으로 한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구름은 전세계 여행객들을 유혹한다. 자동차로 1시간이면 섬 전체를 돌아볼 수 있을 정도의 자그마한 규모는 여행에 나서면 뭔가를 끊임없이 찾아봐야한다는 부담감을 쏙 덜어준다. 휴양이 목적이라면 이만한 데도 없다. 더구나 비슷한 위치에 있는 괌과 달리 덜 상업적이고 덜 북적인다. 10년 전과 바뀐 게 전혀 없는 태평양 한가운데의 멈춰진 섬. 이곳이 사이판이다.

사이판은 서태평양 북마리나 제도에 있는 많은 섬들 중 하나로 미국령이다. 북마리나제도는 우리나라에서 동남쪽으로 약 3,000Km 정도 떨어진 서태평양 한가운데 있으며 40여 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이 가운데 사이판과 티니안, 로타가 관광지로 개발됐다.

북마리나제도 동쪽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1만900m에 달하는 마리아나 해구가 길게 뻗어 있다. 암흑으로 휩싸인 깊은 심해 바로 옆에 위치한 사이판은 산호초가 바다 위로 솟아올라 형성된 산호초섬이다. 섬 주변으로도 산호초가 잘 발달돼 해안에서 수백m를 헤엄쳐도 어른 키가 안되는 곳도 많아 스노클링의 천국으로 불린다. 해구로 이어지는 바다 깊이에 따라 물색도 변화무쌍해 관광객들은 바다만 바라봐도 한폭의 수채화를 감상하는 황홀경에 빠진다.


사이판의 연평균 기온은 섭씨 27도로 1년 내내 기후변화가 크지 않아 해양레포츠와 아웃도어 체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발달했다.

◈ 가족, 연인과 함께라면 남부럽지 않은 휴양지

사이판 본섬에서 배로 약 1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섬 마나가하.(사진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사이판의 대표 관광지는 뭐니뭐니해도 마나가하섬 투어. 마나가하섬은 사이판 본섬에서 배로 약 10분 정도 떨어진 작은 섬으로 섬 전체 둘레가 1.5km에 지나지 않는다. 수심이 얕은 바다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고 형형색색 산호 사이로 크고 작은 다양한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눈앞에서 볼 수 있어 남녀노소 모두 스노클링을 즐긴다. 섬 앞쪽의 북적임과 달리 뒤편으로는 한적한 백사장이 펼쳐져 있어 '나홀로' 선텐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마나가하섬은 페리를 타거나 페러세일링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데 가족 단위의 여행이라면 선셋크루즈 페리를 추천한다. 사이판의 명물로 불리는 사이판 가수 제리는 비록 어눌한 발음이지만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마나가하섬을 찾은 관광객들의 배꼽을 쏙 빼놓는다. 노래도 수준급이다.

사이판섬 북쪽에 있는 해식동굴 그로토(Grotto). 북마리아제도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다.(사진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다이빙을 못한다해도 꼭 방문해야할 곳이 사이판섬 북쪽에 있는 그로토(Grotto)라는 해식동굴이다. 북마리아제도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로 손꼽히는 그로토는 아치형 절벽 아래에 위치해 다이빙 전부터 숨막히게 눈부신 햇살에 눈이 호강한다. 물속에 들어가면 섬 밖으로 이어지는 3개의 터널이 있고 투명한 푸른빛이 다이버들의 혼을 빼놓는다.

사이판섬 중앙에 위치한 해발 474m의 타포차우(Mt.Tapochau) 산에서 내려다본 서쪽 전경(사진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사이판은 남북으로 24km 동서로는 최대 10km 밖에 안되는 작은 섬이다. 섬 중앙에 위치한 타포차우(Mt.Tapochau)는 해발 474m의 낮은 산이지만 사이판 중앙에 우뚝 솟아 정상에서 섬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정상에는 사륜구동 자동차나 ATV 등을 타고 오를 수 있는데 타포차우를 찾는 관광객이 해마다 늘어 각종 액티비티 신청으로 쉽게 갈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북쪽으로는 만세절벽이 보이고 남쪽으로는 공항과 섬의 유일한 호수인 수수페 레이크(Susupe Lake)가 한눈에 들어온다. 서쪽으로는 사이판 최대 거리 가라판과 마이크로 비치, 마나가하섬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눈부신 태평양이 한가득 펼쳐진다.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자살절벽(Suicide Cliff)과 만세절벽(Banzai Cliff).(사진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사이판은 2차 세계대전의 상흔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섬 전체가 격전지였던 만큼 미군과 일본군의 가슴아픈 상처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곳이 섬 북쪽에 위치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자살절벽(Suicide Cliff)과 만세절벽(Banzai Cliff). 미군의 투항 권고에도 일본군과 민간인 1,000여 명은 끝내 "천황폐하 만세"를 외치고 80m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이들의 죽음을 위로하듯 절벽 앞에는 십자가와 관세음보살상이 함께 세워져 있다. 당시 전쟁에 동원된 조선인도 적지 않게 숨져 한국인 위령탑도 쓸쓸히 자리하고 있다.

◈ 유명 리조트에서 보내는 하룻밤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4시간 거리인 사이판에는 현재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운항한다. 여기에 오는 10월부터 제주항공이 인천-사이판 노선에 신규 취항해 매일 1회, B737-800(좌석수 186-189석) 기종으로 운항할 예정이다. 사이판 노선 취항 허가를 따낸 제주항공이 본격적으로 비행에 나서면 아시아나와의 가격경쟁은 피할 수 없어 항공료 가격인하 효과로 이어질 지 기대된다.

사이판의 유명 호텔은 번화가인 가라판(Garapan)을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섬 남쪽에 있는 공항에서 다소 먼 게 단점이지만 어차피 대중교통이 없는 관계로 랜트카나 패키지 버스를 이용해야하기 때문에 상관없다.

사이판 도심에 위치한 하얏트 리젠시 사이판. 318개 객실 모두가 오션뷰다.(사진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사이판의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히는 마이크로비치(Micro Beach) 일부를 사유지로 끼고 있는 '하얏트 리젠시 사이판'은 리조트 스티일의 호텔이다. 318개 객실 모두 오션뷰로 바다와 열대 정원의 환상적인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모든 객실에는 온도 조절이 가능한 중앙 냉난방 장치를 갖추고 있으며 한국 사람들이 민감한 객실 무선 인터넷도 지원한다. 야자수와 트로피컬 정원으로 둘러쌓인 호텔 중앙에는 넓은 풀장과 고급 레스토랑, 피트니스, 사우나 등이 자리잡고 있다.

사이판의 이국적인 풍경을 담고 있는 PIC리조트 객실 전경. PIC에서는 40여개 액티비티를 한곳에서 즐길 수 있다.(사진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사이판 섬 남쪽에 있는 PIC(Pacific Islands Club Saipan) 리조트는 총 308개 객실을 갖춘 레저스포츠의 천국이다. 5-6층 낮은 건물에 위치한 수페리어, 디럭스, 오션프론트 룸은 사이판의 이국적인 풍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또 리조트 안밖에서는 워터 슬라이드, 스킨스쿠버풀, 카약, 세일링 등 40여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전세계 음식과 맥주를 맛볼 수 있는 마젤란 레스토랑과 해변 바베큐, 풀장 속에서 마티니를 즐길 수 있는 풀바(Pool Bar) 등도 빼놓을 수 없다.

골프와 AVT, 레이싱카, 트래킹, 스노클링 등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마리아나리조트앤스파 객실.(사진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사이판 섬 북서쪽에 있는 마리아나 리조트앤스파(Mariana Resort&Spa)는 골프와 AVT, 레이싱카, 트래킹, 테니스, 다이빙, 스노클링 등을 한꺼번에 즐길 수 있는 복합 리조트다. 바다쪽으로는 마나가하섬이 보이고 리조트 뒤편으로는 울창한 숲이 우거진 산이 있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넓은 객실과 여유로운 사이즈의 테라스를 갖춘 신관 리프사이드호텔과 야외 자쿠지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오션빌라, 유리지붕으로 사이판의 밤하늘을 감상할 수 있는 복층 구조의 메조네트 빌라 등을 취향에 맞게 골라 즐길 수 있다.

국내 이랜드가 인수한 코럴오션포인트 리조트의 골프 코스. 18홀 모두가 바다 옆에 설계됐다.(사진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골프투어가 목적이라면 코럴 오션 포인트(Coral Ocean Poin)가 제격이다. 2년 전 이랜드가 인수한 COP 리조트 골프클럽은 사이판 남부 해안가에 자리잡아 18개 홀을 도는 내내 바다를 마주한다. 총 코스 길이는 7,015야드로 사이판 골프장 중 가장 길다. 현재 약 80개 객실이 새롭게 오픈했으며 수영장, 레스토랑, 부대시설도 갖췄다.

◈ 각종 예능프로그램으로 잘 알려져

사이판은 최근 각 방송사 예능 프로그램 배경으로 활용되면서 국내에도 친숙하게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KBS의 간판 예능 '우리동네 예체능' 출연진인 강호동, 이수근, 박성호, 최강창민 등이 사이판 현지 교민 탁구팀과 '사이판 핑퐁스' 대결을 펼치면서 관심을 끌었다.

올해 5월에는 MBC 간판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 시즌4'에서 남궁민과 홍진영 커플의 신혼여행지로 전파를 타면서 더욱 유명해졌다. 해당 방송에서 남궁민과 홍진영은 사이판의 아름다운 해변과 마나가하섬을 배경으로 닭살 애정행각을 이어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정선 관광청 한국사무소 대리는 "사이판은 태평양의 아름다운 태양과 바다를 한껏 즐길 수 있는 천혜의 휴양지"라며 "지난해 한국인 누적 방문객이 13만5,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라고 말했다.

사이판은 동남아나 다른 미국령 휴양지와는 달리 옛정취와 천혜의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다. 난개발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10년 전이나 10년 후나 변화가 거의 없어 사이판을 재방문하는 전세계 관광객들도 적지 않다. 마리아나관광청(www.mymarianas.co.kr)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이판과 티니안, 로타의 테마별 여행정보와 여행팁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문의=마리아나관광청 한국사무소(02-777-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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