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한국시간) 브라질 포르탈레자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브라질과 콜롬비아의 8강전은 분명 정상적인 경기가 아니었다. '비정상'이 네이마르(22·바르셀로나)의 꿈은 물론이고 개최국의 희망마저 날려버렸다.
네이마르는 후반 막판 콜롬비아의 후안 카밀로 수니가로부터 거친 반칙을 당해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뒤에서 달려든 수니가는 공중에 점프한 채로 무릎으로 네이마르의 등을 가격했다. 정밀검사 결과 네이마르는 척추 골절상을 당해 이번 대회를 조기 마감했다.
심판이 화를 키웠다.
이날 경기에서 무려 54차례나 휘슬이 불렸다. 이번 대회 한 경기 최다기록이다. 브라질이 31번, 콜롬비아가 23번 반칙을 범했다.
브라질은 경기 초반부터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콜롬비아 선수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주심을 맡은 스페인 출신의 카를로스 벨라스코 카르바요 심판은 아낌없이 휘슬을 불었지만 정작 카드 꺼내기를 주저했다. 스포츠 전문 매체 ESPN의 해설위원이 "오늘 심판은 카드 꺼내는 방법을 잊고 나온 것 같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과격한 반칙에도 카드가 나오지 않는다? 옐로우카드는 경고의 의미도 있지만 허용 가능한 반칙의 수위를 정해주는 가이드라인의 역할도 하는 법이다. 학습 효과로 인해 경기는 점점 더 과열됐다.
90분 경기에서 총 54개의 반칙이 나왔다. 전후반 로스타임을 제외하면 기막힌 숫자가 나온다. 90분은 5400초다. 즉, 100초당 한 번 꼴로 심판의 휘슬이 불린 것이다. 이래도 정상적인 경기라 볼 수 있을까.
쉽게 카드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양팀 선수들은 과감하게 반칙을 범했다. 시도 때도 없이 나오는 반칙 탓에 네이마르는 물론이고 콜롬비아의 하메스 로드리게스 등 세계적인 선수들은 마음껏 기량을 펼쳐보이지 못했다.
경기가 시작되고 64분 만에 첫 카드가 나왔다. 브라질의 티아고 실바가 후반 19분 첫 경고를 받았다. 반칙은 맞지만 그보다는 매너가 없는 황당한 행동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그는 골킥을 시도하는 오스피나 골키퍼를 방해했다가 옐로우카드를 봤다.
총 4차례 옐로우카드가 나왔다. 주심은 마지막 25분여를 남기고 그제서야 카드를 꺼내들기 시작했다. 이미 승부에 모든 집중력을 쏟아붓기 시작한 선수들에게는 딱히 효과가 없었다. 결국 네이마르가 화를 입었다.
네이마르를 쓰러뜨린 수니가의 과격한 반칙은 일련의 과정이 빚은 비극이다. 수니가의 행동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그 전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를 따졌을 때 주심이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세계적인 스포츠 매거진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의 그랜트 월 기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심판 때문에 선수들이 카드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비판했다. 이는 전 세계 다수의 미디어와 축구 팬들의 공통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