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갖고 북한을 적시하지 않은 채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최대 관심사인 북핵 문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오늘 회담에서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를 반드시 실현하고 핵실험에 결연히 반대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반면 시 주석은 ""양측은 (6자회담) 수석대표간 다양한 방식의 의미있는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을 지지한다" 며 시종 '한반도 비핵화'를 강조했다.
두 정상은 공동성명에서는 “양측은 한반도에서의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며 '북핵'이 아닌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채택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두 정상이 사실상 북한 핵무기를 의미하는 한반도 핵무기 개발에 “확고히 반대”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문서로 확인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지난해 한중정상회담에서 "양측은 유관 핵무기 개발이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정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된다"라고 밝힌 부분보다 진전된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당초 기대했던 ‘북한 핵 불용‘이나 ’4차 핵실험 반대‘와 같은 수준의 합의에는 이르지 못하면서 원론적인 언급에 그치고 말았다는 평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박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사용한 "북한 비핵화"와 시 주석이 말한 "한반도 비핵화"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 대통령이 오직 북한에만 초점을 맞춘 반면 시 주석은 북한을 포함해 한반도 전체의 핵무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이를 평화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촉구했다는 것이다.
때문에 박 대통령과 시 주석이 핵 문제에 관해 사실상 서로 다른 말을 하고 회담을 마치면서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정작 중요한 북핵 문제에서는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지 못한 만큼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박근혜정부에서 남북관계의 변화를 바라기는 어렵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앞서 중국은 시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중국은 조선, 한국 측과 모두 우호·협조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북한을 필요 이상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두 정상은 또 6자회담을 꾸준히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양자 또는 다자간 소통을 강화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회담 결과를 전했다.
시 주석은 "6자회담 프로세스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며 "6자회담 참가국의 공동인식을 모아 회담 재개조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도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 했다"며 "6자회담 수석대표간에 다양한 방식의 의미있는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같은 합의가 조건없이 대화부터 재개하자는 북한의 주장에 못을 박고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 대화조건이 전제돼야 한다는 우리 입장을 중국이 지지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나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양 측의 설명이 생략돼 있어 6자회담이 조속히 열리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두 정상은 이날 공동기자회견에서 고노담화 검증이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과 같은 일본의 도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는 "이 문제가 두 정상 간에 당연히 거론됐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양국 정상의 공동성명에 제3국에 관한 내용을 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동성명에서는 "양측은 이 지역의 평화와 협력, 신뢰 증진 및 번영을 위해 양자·다자 차원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고 소지역 협력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동성명 부속서에서 역사문제를 언급하며 "양측은 관련 연구기관 간 위안부 문제 관련 자료의 공동연구, 복사 및 상호 기증 등에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일본에 우회적인 경고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