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 아이돌' 엑소(EXO)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에 팬들이 지쳐가고 있다.
'엑케팅'은 엑소와 마케팅의 합성어로, 엑소를 이용한 기업들의 마케팅을 뜻한다. 엑소와 제테크의 합성어인 '엑테크'(엑소 관련 티켓, MD상품 등을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팔아 이득을 남기는 행위)에 이어 과열된 기업들의 마케팅 전략에 이번엔 '엑케팅'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엑소케이(EXO-K)가 광고모델로 활동하는 한 제과업체는 최근 엑소케이 팬사인회 응모 이벤트를 개최했다. 엑소의 팬인 이지윤(여·23) 씨는 약 2주 간의 이벤트 기간 동안 참여방법에 따라 모바일 SNS의 선물하기에서 해당 제품 15개를 구매해 팬사인회에 응모했다. 구매횟수만큼 팬사인회에 응모할 수 있기 때문에 15번만 응모가 가능했다.
이 씨는 "중복응모가 가능하기 때문에 경제력 있고 돈 많은 팬들 중에서는 100개 이상 제품을 구매해 100회 넘게 응모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제품 판매를 위한 뻔한 상술이라고 생각해서 그냥 15개만 샀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카이의 팬인 이씨는 당첨자 발표일인 2일, 적지 않게 실망했다. 롯데제과 측에서 멤버들의 개인 스케줄 때문에 백현, 디오, 수호 등을 제외한 카이, 찬열, 세훈 등 3명의 멤버만 팬사인회에 참석한다는 공지를 띄웠기 때문이다.
이 씨는 "엑소케이 팬사인회라 당연히 멤버 6명 모두가 나온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3명만 나온다고 해 실망이 컸다"라고 말했다. 당첨된 팬들 중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나오지 않아 참석여부에 고민이 크다는 전언이다.
이 제과업체는 팬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최대한 많은 멤버들의 참여를 위해 팬사인회 일정을 조정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처럼 최근 다수의 기업들이 엑소를 내세워 팬사인회 이벤트를 열고 있다.
한 통신회사가 지난해 12월에 연 팬사인회는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응모한 이들 중 총 120명을 선발해 팬사인회에 참가할 자격을 줬다. 이 이벤트에는 약 3주 동안 195만 명이 응모해 1,600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팬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해당 어플리케이션에 들어가 게임을 반복했다.
팬사인회를 성황리에 마친 이 통신회사는 지난 1월, 팬사인회 당일 오전 휴대폰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엑소와의 깜짝 만남 이벤트를 열었다.
엑소의 MD상품을 제작해 증정 이벤트를 벌이는 경우도 있다.
엑소케이가 광고모델로 활동 주인 등산의류업체는 16만원 상당의 재킷 또는 10만원 이상 제품을 구매하면 멤버들의 사진으로 만든 미니어처 등신대(연예인의 사진을 활용해서 만든 판넬)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아예 '엑소 시크릿 팩 티셔츠'라는 이름의 62,000원짜리 상품을 내놓고, 해당 티셔츠를 구매하면 미니화보집을 증정하기도 했다.
팬들 사이에서 'MD상품 숍'이라 불릴 정도로 빈번하게 MD상품 증정 이벤트를 여는 로드숍 화장품 업체도 있다.
이 업체는 등산의류업체와 유사하게 특정 상품 또는 특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엑소의 포토카드, 등신대, 부채 등을 증정하는 방식으로 이벤트를 진행했다.
한 음료업체 역시 소셜커머스 사이트에서 이벤트를 기획해, 자사 모델인 엑소의 포토카드를 구매고객에 한해 증정했다.
이같은 기업들의 '엑케팅'은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아무리 기업의 홍보와 수익이 중요하다지만 '끼워팔기' 식의 마케팅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엑소팬 이경은(여·24) 씨는 "광고모델이 '주', 제품이 '부'가 되도록 끼워파는 건 지나친 상술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이젠 팬이 만만한 고객 취급 받는 거 같아서 지친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제과업체 팬사인회 응모자인 이 씨도 "제품 구매율을 높이기 위해 광고모델로 엑소를 기용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하는 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그런데 이런 이벤트가 즐겁지 않을 뿐더러 팬들 사이에서 비정상적인 구매가 발생하고, 오직 모델을 통한 '팬심' 이용 장사란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거부감이 생긴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