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 국립대에서 한국학 및 동아시아학 분야를 가르치는 최현덕(55) 교수가 지난 1일 교황청 문화평의회 자문위원에 임명됐다.
3일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에 따르면 이번에 임명된 5년 임기의 자문위원은 12명이며, 아시아인은 최 교수를 포함해 2명이다.
교황청 문화평의회는 학술·문화계, 세계 여러 민족과 문화권, 비신자와 무신론자 등 다양한 문화 주체를 연구하고 교황청과의 상호 대화와 협력을 추진하는 기구다.
최 교수는 유일한 여성일 뿐 아니라 개신교 신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그는 지난 2일 주교회의와 한 통화에서 "어떤 경로를 통해 임명됐는지 잘 모르겠다. 독일 가톨릭 주교회의 산하 기구인 '미씨오'(MISSO) 선교학 연구소에서 5년간 일한 경험 때문일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1980년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유학을 떠나 1997년 브레멘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학 기간에 한국 민중판화 독일 순회전, 구속된 민중미술인 국제석방 캠페인 등을 통해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다.
박사학위를 받고 일시 귀국해 한일장신대 철학과 겸임교수를 지낸 뒤 다시 독일로 건너가 연구활동을 하면서 '상호문화철학'을 한국에 소개했다.
2001∼2006년에는 미씨오 선교학 연구소의 아시아 데스크에서 일했다. 연구소가 에큐메니칼(교회일치) 사업을 적극 추진했기 때문에 개신교 신자임에도 들어가게 된 것이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이화여대와 부산대 HK연구교수,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 기획협력위원 등으로 일하다 2013년 7월 코스타리카 국립대 교수로 부임했다.
선교학 연구소 시절에는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지역의 고유한 문화에 뿌리박고 자생적으로 발전하는 토착화 신학, 상황신학을 연구하고 서구에 소개하는 작업을 주로 했다.
유럽의 그리스도교를 다른 지역에 전파하는 좁은 개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문화의 공존을 추구하는 선교학, 선교 지역의 자생적 그리스도교 발전을 연구하는 신학, 토착화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상호문화주의를 연구하고 소개한 경험이 삶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최 교수는 말했다.
"모든 문화는 본질과 토양을 갖고 있습니다. 어느 한 쪽을 다른 쪽에 심는 게 아니라 서로 융합하고 대화함으로써 제3의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게 문화적 평등입니다. 교황청 자문위원으로 일하면서 권력관계를 넘어 하나님 나라의 정의를 실현하는 데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