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구조안하면 우리당 박살" 해경에 황당 전화

익명 남성 "세월호 빨리 구조해…지방 선거가 코 앞이야"

세월호 침몰 당일 모든 가용 인력이 생존자와 실종자 수색에 동원되는 긴박한 때 익명의 남성이 해양경찰청 상황실로 전화를 걸어 구조를 방해한 정황이 공개됐다.

2일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실이 공개한 해경 녹취록에 따르면 익명의 남성이 "내가 여객선을 빨리 구조하는 방법을 가르쳐 드리겠다"라며 "해양환경관리공단에 기중기선 있다. 협조요청 해서 빨리 와 달라고 해서 끌어올려라"라고 다그쳤다.

남성이 전화를 건 시간은 세월호 침몰 당일 오후 4시 10분쯤으로 당시 정부는 해군, 해경, 민간 어선 등 90여척의 배와 해군 특수부대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실종자 수색과 구조를 펼치고 있었다.

해양경찰청이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에 제출한 4월 16일 상황실 녹취록.
상황실 담당자는 전화를 건 남성이 누군지 물었지만 돌아온 답은 "누군지 물어볼 필요 없다"였다. 남성은 오히려 큰 소리를 내며 "(앞서 통화한 사람도)누군지 물었다가 나한테 혼났다"며 다그쳤다.

이어 "것 좀 빨리빨리 해라. 빨리 해서 사람 꺼내야 할 것 아닌가?"라며 해양관리공단 담당자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하라고 얘기했다.


이 남성은 또 "빨리빨리 했으면 좋겠다. 지금 지방선거가 코 앞 인데 우리 당이 박살나게 생겼어"라며 구조를 재촉했다.

남성이 언급한 '우리 당'은 새누리당으로 추정된다. 남성은 "(내가)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에 올랐고 00 지역구 출마 기자회견까지 했다"라며 "000에게 양보했다"라고 새누리당 의원의 이름을 밝혔다.

녹취록에서 남성은 화려한 인맥을 자랑하기도 했다. 남성은 "(이주영)장관님이 나하고 절친이다. 내가 예비비에서 지원을 하라고 할테니 빨리 기증기선을 불러라"고 말한다.

또 "유정복 전 장관을 내가 (진도로)파견 시켰다. 빨리 내려가라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여러차례 신분을 묻는 담당자의 질문에 남성은 "(내가) 힘이 있는 사람이다. 청와대 대통령한테 보고서 올리는 거면 내가 보통 사람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남성의 신분은 끝까지 확인이 되지 않았다. 촉각을 다투는 위급한 상황에서 익명의 남성의 전화로 상황실은 4분이라는 시간을 낭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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