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즐겨먹던 제품이라 가격(5천500원)을 알고 있던 이씨는 50% 할인해 가격이 5천500원이라는 주인의 말에 기가 막혔다. 이씨는 "주인은 원래 1만1천원에 파는 제품인데 반값에 파는 것이라는 황당한 말을 하더라"고 전했다.
아이스크림 업체들이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하지 않는 수법으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고질적인 '반값 아이스크림' 상술을 부추기고 있다.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는 롯데제과, 롯데푸드, 빙그레, 해태제과 등 빙과 4사의 아이스크림 제품 40개(제조사별 10개씩)를 대상으로 가격표시 실태 조사결과 전체의 65%인 26개 제품이 권장소비자가를 표시하지 않았다고 2일 밝혔다.
지난 2011년 8월 권장소비자가 표시를 금지한 오픈프라이스 제도가 폐지된 이후 3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업체들이 가격 표시에 소극적인 것이다.
특히 롯데푸드의 경우 조사대상 10개 제품 모두 가격표시가 없었고, 빙그레는 10개중 2개(참붕어싸만코, 투게더), 해태제과는 10개중 3개 (쌍쌍바, 브라보콘, 찰떡시모나)만 가격표시를 했다.
롯데제과는 빙빙바를 제외한 고드름, 더블비안코, 설레임 등 10개중 9개 제품(90%)에 가격을 표시해 가격 표시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처럼 가격을 표시하지 않은 아이스크림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유통업체의 상술에 종종 이용된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제품인 설레임(롯데제과), 월드콘(롯데제과), 참붕어사만코(빙그레), 투게더(빙그레), 부라보콘(해태제과)등 5개 제품은 권장소매가를 표시한 제품과 표시하지 않은 제품이 동시에 유통되고 있었다.
유통업체의 입맛에 맞춰 선별적으로 가격표시를 해왔다는 방증이다.
가격표시가 없는 제품은 유통업체들의 기만적인 반값 마케팅에 종종 악용된다.
실제로 가격 표시가 없는 600원짜리 제품이 '50% 할인' 꼬리표를 달고도 원래 가격인 600원에 판매되거나, 원래 가격이 1천200원짜리 제품은 1천500원에서 300원을 할인해 주는 것처럼 판매되기도 한다.
그러나 제품 가격 표시가 없기 때문에 업체가 '장난'을 치더라도 소비자가 이를 알기는 어렵다.
이에 대해 아이스크림 제조사들은 잘 알려진 제품이나 신제품 위주로 권장소비자가를 표시하지만, 판매처에서 가격표시를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반값 아이스크림 등 과대광고 문제로 오픈프라이스제가 폐지된 지 3년 가까이 지났지만 아직도 업체들이 가격 표시에 소극적"이라며 "제조사들이 가격 표시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유통업체의 기만적 상술을 부추겨 소비자 피해를 키우는 만큼 적극적으로 강제할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지난달 23∼26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강남구 개포동, 노원구 상계동, 강동구 천호동 등의 대형마트, 편의점, 개인슈퍼 12곳에서 구입한 제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