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강서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살해된 A(67) 씨가 자신이 소유한 빌딩 부지의 용도변경에 관한 청탁을 김 씨에게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찰은 A 씨 가족들로부터 “올해 초까지 빌딩 부지의 용도변경이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는 진술과 실제 건축사무소에 빌딩 증축을 의뢰해 설계도면까지 만들어 둔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설계도면을 작성한 건축사로부터 “김 씨가 용도변경을 해주기로 했다는 말을 A 씨에게서 들었다”는 진술도 경찰은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김 씨의 이름까지 나오는 걸로 봐서는 용도변경 청탁 명목으로 5억여 원이 김 씨한테 갔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결국 김 씨가 약속했던 시한까지 용도변경 건을 성사시키지 못하자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사실을 폭로하겠다는 압박을 A 씨에게서 받았다는 게 경찰의 추정이다.
살인을 저지른 친구 팽 모(44) 씨가 경찰조사에서 “이번이 마지막이다. 담판을 봐야 한다”며 지난 3월 3일 범행을 저지르기 직전 김 씨가 자신을 압박했다고 진술한 점도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경찰은 보고 있다.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는 김 씨는 전날 경찰조사에서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이와 관련한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와 함께 A 씨가 가족들에게 “용도변경 건이 처리되면 돈이 더 필요할 수 있다. 현찰을 준비해야할 것 같다”고 말한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또, A 씨의 사무실 금고에서 5만원권으로 현금 1억원이 사건 발생 이틀 전부터 보관돼있었던 점도 경찰은 확인했다.
결국 무산됐지만 지난해 관련 땅이 상업지구로 용도 변경되는 입안이 이뤄지기도 해 이 과정에서 실제 인허가 로비가 있었는지도 관심이다.
경찰은 “용도 변경에 있어 시의원이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면서도 “구체적인 인허가 로비 의혹에 대해서는 검찰에서 별도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재 용도변경 과정에서 서울시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소속이던 김 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거나 구체적인 정황은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한편, 경찰은 김 씨가 유치장에 수감돼 있으면서 팽 씨에게 건넨 쪽지도 확보했다.
이 쪽지에는 “미안하다 친구야.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우리 둘 다 아무 말도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묵비권을 행사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경찰은 이와 함께 팽 씨로부터 유치장 한 칸 건너에 있던 김 씨가 “미안하다”고 말했고, 자신이 자백을 권유하자 “각자 조사나 잘 받자”고 답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