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주 세미놀카운티 순회법원은 30일(현지시간) 흑인 고교생을 총격 살해하고 정당방위로 풀려난 조지 지머먼(31)이 NBC 유니버설을 상대로 제기한 명예훼손 피해 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2년 2월 흑인인 트레이번 마틴(당시 17세)을 강도로 오인, 몸싸움 끝에 총을 쏴 살해한 지머먼은 NBC가 자신을 인종주의자로 보이게 하려고 총격 직후 구급대원과 자신이 나눈 통화 녹취록을 악의적으로 편집했다며 소송을 걸었다.
총격 직후 911에 전화를 건 지머먼은 구급대원이 총에 맞은 남성이 "백인, 흑인 또는 히스패닉이냐"고 묻자 "흑인 같다"고 답했다.
그러나 NBC는 구급대원의 질문은 쏙 빼고 "흑인 같다"는 지머먼의 말만 4차례 반복해 내보냈고, 지머먼이 구급대원과 통화에서 흑인을 비하하는 말도 했다는 오보도 냈다.
NBC는 짜깁기 편집에 관여한 직원 2명을 해고하고 공개 사과까지 했으나 지머먼이 소송을 걸자 "지머먼은 공인"이라며 강경 대응에 나섰다.
지역 신문인 올랜도센티넬이 입수한 판결 요지에 따르면 데브러 넬슨 판사는 "언론이 당시 공표한 정보 내용이 틀렸다거나 진실 또는 거짓인 사실을 무모할 정도로 무시했다고 피고가 볼만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고의 주장을 기각했다.
넬슨 판사는 또 명예훼손 논란이 제기된 시기에 NBC가 지머먼이 인종주의자가 아니라고 강조하는 가족과 친구들의 말도 전함으로써 방어권도 보장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판사는 정당방위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지머먼을 공인으로 볼 수 없다는 원고 측 주장도 일축했다.
그 근거로 지머먼이 사건 발생 2년 전 흑인 노숙자의 코를 부러트린 백인 경관의 아들을 체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역 경찰을 공개 비판한 것을 들었다.
지머먼의 이런 태도는 "인종 관계와 지역 안전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에 자기의 의견을 자발적으로 주입시키는" 공인의 행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살인범의 신상 공개도 금기시되는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많은 주에서 언론이 공익을 이유로 피해자의 신상과 피해 사실도 구체적으로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