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벨라루스 "우크라 제재 안돼"…러 제안 거부

러, 독자 제재 추진할 듯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골자로 한 협력협정을 체결하면서 러시아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옛 소련권 국가들이 공동 대응 조치를 취하자는 러시아의 제안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유력 경제일간 '베도모스티'는 30일(현지시간) 러시아와 관세동맹을 맺고 있는 옛 소련 국가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이 EU와 협력협정을 맺은 우크라이나에 수입 관세 인상 등의 공동 대응 조치를 취하자는 러시아의 제안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벨라루스 정부 관계자는 "우크라이나-EU 협력협정 체결이 관세동맹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기는 아직 이르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 보복 조치를 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벨라루스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카자흐스탄도 지난 2008년 먼저 WTO 회원국이 된 우크라이나의 거부로 기구 가입이 무산될 것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제재를 주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믿었던 관세동맹 회원국들이 공동 전선 구축을 거부하면서 러시아는 단독으로 우크라이나 제재에 나서야 할 처지가 됐다. 신문은 이같은 어려움에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 보복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는 앞서 27일 EU와의 협력협정에 서명했다. 협정의 핵심 내용은 우크라이나와 EU 간 교역에서 서로 수입 관세를 철폐하는 자유무역지대 창설이다.


문제는 EU와의 자유무역지대에 들어간 우크라이나가 여전히 러시아 주도의 옛 소련국가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이 결성한 자유무역지대 회원국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는 CIS 자유무역지대 회원국으로서 러시아를 포함한 CIS 회원국들과의 교역에서 무관세 혜택을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EU는 우크라이나가 두 자유무역지대에 함께 속하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EU 협력협정 체결로 유럽의 값싸고 질좋은 상품이 우크라이나를 거쳐 러시아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자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대응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가 EU와 협력협정을 체결하면 자국 경제 보호를 위해 보복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해 왔다.

러시아는 당초 관세동맹 회원국인 벨라루스와 카자흐스탄 등과 공동 대응에 나서길 원했으나 두 나라가 거부 입장을 밝히면서 단독 제재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특정 국가로부터의 상품 수입이 자국 경제에 타격을 입힐 위험이 있을 때 독자적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CIS 자유무역지대 협정 제6조를 적용해 우크라이나 상품에 대한 수입 관세를 0%에서 7% 정도로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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