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인천지법 형사12부(이재욱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이씨 측 변호인은 "유병언씨가 그 당시 미리 (순천으로) 가기로 돼 있는 상황에서 (이씨가) 차에 (함께) 탄 것뿐"이라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3일 유씨가 경기도 안성에서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 '숲속의 추억'으로 도주할 당시 벤틀리 승용차에 동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같은 달 10일과 20일 두 차례 더 유씨가 은신한 별장에 찾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는 20일 유씨와의 만남에서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니 목포에 있는 일반 신도 집으로 (은신처를) 옮기자'고 제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 측 변호인은 그러나 유씨를 만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은신처 이동을 제의한 것만으로는 범인도피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찰 수사 정보를 알려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면 부인했다.
변호인은 또 이씨가 지난달 18일 금수원 내부를 처음 언론에 공개하면서 취재진에 거짓말한 것과 관련해서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한 고의가 없었고 미리 준비된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하고 1주일 정도 지난 이후 유 전 회장과 마지막으로 금수원에서 만났다"면서 "큰 소리로 부르면 유 전 회장이 나올 지도 모른다"고 말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이씨는 재단 이사장을 맡으면서 28억5천만원 상당의 유씨 사진을 매입한 혐의(범인은닉도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도 받고 있다.
검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난달 26일 이씨가 교수로 근무 중인 모 의과대학 사무실에서 신병을 확보했다.
이날 같은 법정에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국빈(62) 다판다 대표 등 유씨 측근 8명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도 열렸다.
재판부는 최대한 신속히 재판을 진행한다는 방침에 따라 혐의가 같은 이들 사건을 모두 병합해서 진행키로 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6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한 뒤 이후부터는 집중심리 방식으로 매주 수요일마다 재판을 열 계획이다.
송 대표 등 8명은 청해진 해운관계사의 대표이사 등 임원으로 일하면서 유씨 일가를 위한 컨설팅 비용, 고문료, 상표권료, 사진 값 등의 명목으로 30억∼260억원 상당의 계열사 자금을 빼돌려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피고인 8명의 범죄 혐의 총액수는 960억원대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