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방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것"

진찬룽 중국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인터뷰

진찬룽 중국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
진찬룽(金燦榮) 중국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이번 시진핑(習近平) 주석 방한은 중국에 있어 한국의 전략적 지위와 중요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며 "중국은 한국을 명실상부한 친구이자 우방국으로 삼아 북핵 문제나 일본의 우경화 등 산적한 동북아시아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진 부원장은 "앞으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더 고조될 것이며 한국은 미중관계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고 양측 사이에서 중재의 장을 마련하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국의 대외정책 전문가로 손꼽히는 진 부원장을 지난 27일 연구실에서 만났다.

▶ 시진핑 주석이 한국을 단독방문하고 특히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하게 됐다.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이는 한중관계가 아주 좋다는 걸 반영한 것이다. 중국에 있어 한국의 전략적 지위는 계속 상승하고 있고, 특히 지난 1년 동안 전체적으로 중한관계는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기본적으로는 한중간 경제적, 사회문화적 바탕이 아주 좋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일본 때문에 한국과 중국이 더 가까워진 측면이 있다. 또 중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과 북한 지도부의 극단적인 행위에 대해 큰 불만을 갖고 있다. 이런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한중관계에 도움을 줬다. 이 밖에도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이후 중국 사람들이 박 대통령에 대해 호감을 갖게 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결론적으로 중국한테 한국의 전략적 지위와 중요도가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 중국이 이번 방한에서 한국에 기대하는 것은?

= 중국은 한국과 협력해서 동북아의 뜨거운 이슈들을 처리하는데 도움이 받고자 한다. 우선 일본 문제다. 아베 정권은 역사를 왜곡하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케하는 헌법 해석 변경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은 대일본 정책에서 한국의 협조를 구하려할 것이다. 또 아버지(김정일)와 달리 경험이 부족하고 행동의 마지노선이 예측되지 않는 북한 김정은 정권에 관해서도 한국과 의견을 나누려 할 것이다. 중-미 관계가 갈등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이에 있는 한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려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일 것이다.

시진핑(郭立新) 중국 국가주석 (자료사진)
▶ 미중간의 갈등이 여러 분야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다. 미중관계는 앞으로 어떻게 전망되는가, 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 앞으로 10년 동안 미중관계는 예전보다 더욱 어려울 것이다. 예전에는 미중관계의 모순을 "3T문제"(대만, 티베트, 무역)라고 불렀다. 지난 30년 동안 중국과 미국은 계속 이 세 가지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앞으로 10년 동안 새로운 문제가 많이 발생할 것이다. 첫째는 중국과 미국의 지역리더십 쟁탈전이다. 둘째는 군사현대화이고 셋째는 중국의 산업구조조정과 위안화 국제화의 문제이다. 넷째는 중국의 해양굴기이고 다섯째는 사이버상의 문제이다. 또 앞으로 중국에서도 포퓰리즘 정치와 이익집단 정치가 대두될 텐데 그렇게 되면 중국의 대미정책은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이는 다 새로운 문제이고 예전에 없었던 것이다. 더 나아가 앞으로 중국과 미국은 '모델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중국이 더 성장하게 되면 세계는 ‘중국 모델’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이는 과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결보다 더 높은 수준의 어떤 ‘모델 경쟁'을 예고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미중 양국과의 관계를 잘 유지해야 한다. 이는 한국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면 안되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 미국이 한국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미사일 방어체계(MD) 편입 요구가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 중국은 한반도의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을 반대한다. 북한과 러시아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은 동북아 지역의 힘의 균형을 깨고 긴장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이 지역에서 존재감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은 좋은 중-한 관계를 훼손시킬 수 있다. 중국은 다만, 한국이 자체 미사일 방어체계를 향상시키는 것은 반대하지 않는다.

▶ 6자 회담 재개 방안도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 북한 비핵화는 중국도 한국, 미국과 마찬가지로 꼭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6자회담은 최악의 상황(전쟁)을 막을 수 있는 장치다. 미국과 북한이 교류하지 않고 오해가 쌓인다면 전쟁이 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중국은 6자회담 재개를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나서게끔 유도하려 한다. 이번 두 나라 정상 회동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에 원유 공급을 중지하는 등 더 큰 압력을 넣어 (회담장에) 끌어내야 한다는 견해엔 동의하지 않는다. 중-북 관계가 나빠지면 북한은 극단적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한반도의 통일과 관련해 시 주석은 이미 언급한 대로 한반도의 평화적이고 자주적인 통일에 대한 지지를 표시할 것으로 본다.

▶ 시 주석 방한 뒤 북-중 최고위급 회동도 가능하다고 보나

= 가능성은 있으나 조건이 필요하다. 북한이 비핵화에 명확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장쩌민, 후진타오 주석 시절 중국의 한반도 외교 우선 순위는 안정이었다. 그러나 시 주석 들어서는 우선 순위가 비핵화로 바뀌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태도 진전이 없으면 중-북 최고 지도자급 상호 방문은 어렵다.

▶ 일본의 우경화와 역사 왜곡 등에 대해선 한-중 정상이 가시적인 대응책을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 일본의 태도에 관해 중국과 한국의 인식은 기본적으로 비슷하다. 일본이 침략 역사를 부인하고 우경화하는 것은 현실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데 원인이 있다. 일본은 과거 자신이 아시아 1위라는 생각에 집착해 한국과 중국이 굴기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영향력을 유지하려 계속 영유권, 역사 문제를 일으킨다. 그럼에도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서 명시적으로 일본을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갈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은 이를 원하겠지만 한국은 망설일 것이다. 미국 때문이다. 미국은 중-한이 손잡고 일본을 비판하는 것을 꺼릴 것이다. 자신과 동맹인 한-일의 사이가 껄끄러워지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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