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 회장의 수천억원대 횡령과 배임 비리로 대대적인 수사와 재판까지 받았던 한화 측이 또 다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것이어서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검찰에 따르면, 한화리조트와 서울 H병원, 인천 H병원 등은 최근 수년간 서울과 인천 등지의 대형 유명병원의 식당을 위탁 운영하는 과정에서 보건당국을 속여 식대 가산금을 챙기는 수법으로 50억원 가량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는 춘천지검은 이같은 혐의로 한화리조트 상무 김모씨 등 임직원 2명을 최근 구속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금액이 거액인 만큼 한화 계열사나 그룹 윗선에서도 이런 불법행위를 묵인하거나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편취한 거액의 자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대형병원과 관련해서도 모 병원 원장 1명을 구속하고 해당 병원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법에 의하면 병원 식대는 기본식사비에 더해 영양사와 조리사 수에 따라 '식대 가산액'이 붙는데 이들은 직원수를 부풀려 더 비싸게 식대를 책정,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병원 식대는 환자가 절반을 부담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료로 지급된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유명 대형병원과 짜고 아픈 환자의 식대를 부풀리고, 사실상 준조세로 볼 수 있는 건강보험료 거액을 챙긴 문제적 사안"이라고 밝혔다.
검찰에서는 이번 사건이 병원 식대 편취 사건 가운데 규모가 상당히 큰데다 대기업과 유명 병원이 유착돼 조직적이고 은밀히 범행을 저질러 왔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화리조트 측이 아픈 환자들의 주머니를 털고 당국의 감시를 피해 준조세 성격의 건강보험료를 교묘히 빼돌리는데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역할을 한 정황이 짙어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보건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의 실태 등에 대해서도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당국과의 유착 가능성이 드러날 경우 의료계의 관피아 수사로 이어질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번 수사가 대기업 급식 업체와 병원 간 고질적인 유착 비리를 엄벌하고, 보건당국의 관리 감독 태만 및 유착에도 경종을 울릴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검찰청은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민관유착 비리, 이른바 '관피아' 수사를 대대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서울중앙지검(본부장 유상범 3차장 검사)을 비롯한 전국 18개 검찰청에 민관유착 비리 수사를 위한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다.
한편, 한화 측은 "구속된 직원이 우리 회사 소속 직원인 것은 맞지만, 병원 식대는 병원측에서 주도적으로 편취한 것이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