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월드컵은 시작부터 심상치 않았다. 대회 첫 골이 자책골(브라질의 마르셀로)로 기록됐다. 84년 월드컵 역사상 자책골이 대회 첫 번째 골로 장식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수많은 명승부와 명장면 사이에서 세계 축구 팬들을 '웃프게' 만들었던 황당한 사건들을 정리했다.
▲박치기와 플라잉 엘보우 어택, '덴탈사커'까지
포르투갈의 페페는 G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독일에 0-2로 뒤진 전반 막판 그라운드에 앉아있는 토마스 뮐러의 머리에 자신의 머리를 갖다댔다. 엉뚱한 헤딩의 대가는 컸다. 페페는 즉각 레드카드를 받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카메룬의 알렉스 송은 16강 진출을 위해 물러설 수 없는 한판이었던 크로아티아와의 경기에서 마리오 만주키치의 등을 팔꿈치로 가격해 레드카드를 받았다. 밑도 끝도 없는 돌발 행동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이 놀랐다.
'스페인의 탈락 소식을 접한 송이 바르셀로나로 돌아갈 동료들과 한 비행기를 타고 싶어서 그런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SNS를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페페와 송의 돌발 행동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는 이탈리아와의 경기 도중 조르지오 키엘리니의 왼쪽 어깨를 깨물었다가 잔여경기에 뛸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국제축구연맹(FIFA)가 내린 9경기 출전 정지, 4개월간 축구 활동 금지의 중징계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골 세리머니 하다 발목 다쳐 결국 귀국행
잉글랜드의 다니엘 스터리지가 이탈리아를 상대로 동점골을 터뜨렸을 때 TV 중계화면은 안전요원에게 둘러싸인 채 쓰러져있는 한 남성을 주목했다. 그는 들것에 실린 채 경기장 밖으로 실려나갔다. 누구도 영문을 몰랐다.
알고 보니 쓰러진 남자는 잉글랜드 대표팀의 물리치료사 개리 레윈이었다. 그는 골이 터진 순간 대표팀 스태프들과 벤치를 박차고 나오는 과정에서 발목을 다쳤다. 결국 그는 조기 귀국하고 말았다.
로빈 반 페르시(네덜란드)는 개막 전 다릴 얀마트와 함께 해변을 산책하다 아찔한 순간을 경험했다. 보드에 낙하산을 매달고 바람을 타며 서핑을 즐기던 카이트서퍼와 충돌한 것. 다행히 큰 부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뜨거웠던 '입축구'
수아레스의 '입'만 주목받은 것은 아니다. 마리오 발레톨리(이탈리아)도 만만치 않았다. 발로텔리는 코스타리카전을 앞두고 "만약 우리가 코스타리카를 이기면 영국 여왕의 뽀뽀를 받고 싶다"는 글을 올려 파문을 일으켰다. 이탈리아가 코스타리카를 이겨야만 16강 진출의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었던 잉글랜드를 겨냥한 것이다.
그러나 발로텔리는 잉글랜드 축구 팬들을 '두 번 죽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정적인 골 기회를 놓치는 등 부진을 보인 끝에 이탈리아는 코스타리카에 졌고 잉글랜드의 탈락이 결정됐다.
앞서 잉글랜드의 로이 호지슨 감독은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부상 복귀를 준비하는 수아레스를 겨냥해 "메시와 호날두는 세계적인 공격수이지만 수아레스는 아직 그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독설을 날렸다. 수아레스는 말로 반격하지 않았다. 대신 잉글랜드를 상대로 2골을 넣었다. 말 대신 골이 더 치명적이었다.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감독은 2무1패로 탈락이 결정된 뒤 "대회 내내 심판이 우리의 적이었다"며 심판 판정에 분통을 터뜨렸지만 오히려 언론들은 그가 32개국 감독 중 연봉(약 115억원)이 가장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대회 첫 날부터 '오심 논란'
크로아티아의 니코 코바치 감독은 대회 첫 경기, 첫 기자회견에서 "시작부터 이런 식이라면 대회를 포기하고 집에 가는 것이 낫다"는 황당한 말을 남겼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논란이 된 니시무라 유이치 일본인 심판의 오심 때문이다. 니시무라 유이치 심판은 대회 개막전에서 1-1로 팽팽하던 후반 24분 프레드의 헐리우드 액션에 속아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결국 브라질이 크로아티아를 3-1로 눌렀다.
다음 날에는 도스 산토스(멕시코)가 카메룬과의 경기에서 오프사이드 오심 2개 때문에 2골을 빼앗기는 불운을 겪었다. 멕시코는 오심을 극복하고 1-0으로 이겼지만 미구엘 에레라 감독은 "심판이 명백한 2골을 빼앗아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