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강서경찰서는 살인을 교사한 혐의로 서울시의원 김 모(44) 씨와 김 씨의 지시로 살인을 저지른 혐의로 친구 팽 모(44) 씨를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67) 씨에게서 5억 원을 빌린 뒤 빚 독촉에 시달리던 김 씨는 2012년 말 한 식당에서 팽 씨를 만나 A 씨를 살해해 줄 것을 부탁했다.
평소 김 씨를 잘 따랐던데다 김 씨가 '사업자금으로 빌려준 7,000만 원도 받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자 팽 씨는 이를 수락했다.
범행을 모의하기 위해 두 사람은 A 씨의 출퇴근 시간과 이동 동선, 주변 CCTV 위치 등을 함께 파악했다.
A 씨는 호텔과 웨딩홀 등을 비롯해 빌딩과 다세대주택 등을 소유한 수천억대 재력가로 알려졌다.
이후 김 씨가 범행을 다그치면서 팽 씨는 A 씨의 사무실 등으로 50~60여 차례나 찾아갔지만, 1년 넘게 범행을 주저했다.
그러던 중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빚 독촉을 하던 A 씨가 김 씨에게 "지방선거에 못 나오게 하겠다"고 협박을 하자 김 씨는 더욱 초조해졌다.
김 씨는 팽 씨에게 “더 이상은 못 기다린다. 마지막 기회”라고 압박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올해 1월 팽 씨에게 직접 범행에 쓸 흉기가 전기충격기까지 건넸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결국 팽 씨는 지난 3월 3일 새벽 A 씨 소유의 빌딩에 있는 사무실로 찾아가 격렬하게 저항하던 A 씨를 수십 차례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팽 씨는 경찰 조사에서 “중국으로 도주한 뒤에는 김 씨가 ‘가족들을 평생 책임지겠다. 경찰에 잡히면 스스로 목숨을 끊어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김 씨는 “팽 씨가 돈을 훔치기 위해서 A 씨를 살해한 것으로 짐작된다”면서 범행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A 씨 사무실에서 발견한 김 씨 이름이 적힌 5억여 원에 대한 차용증과 김 씨와 팽 씨 사이 통화내역, 김 씨가 도피 자금을 건넨 점을 바탕으로 범행을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팽 씨가 범행을 저지른 동기는 자신이 빌린 7,000만 원 보다는 평소 친구 김 씨를 자랑스러워하고 인간적으로 좋아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중국으로 도주한 팽 씨가 중국 공안에 의해 지난 5월 검거된 뒤 국내로 신병이 인도되던 6월 중순 사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시의원 재선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