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항상 축구 스타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무대로 주목받는다.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는 루이스 수아레스(우루과이), 스티븐 제라드(잉글랜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등이 고개를 숙인 반면, 네이마르(브라질)와 기예르모 오초아(멕시코), 제임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 등이 세계 축구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한국 축구 대표팀 안에서도 이같은 희비 교차가 있었다. 그동안 대표팀을 이끌어왔던 박주영(아스널)과 정성룡(수원)이 '지는 해'로 떨어졌다면 손흥민(레버쿠젠), 김승규와 김신욱(이상 울산) 등이 향후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미래로 떠올랐다.
▲박주영과 정성룡의 시대는 끝났다
박주영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과 2012년 런던올림픽 동메달 획득의 주역이다. 남아공 대회에서 나이지리아전 프리킥 골로 한국의 조별리그 통과에 기여했고 런던올림픽 일본과의 3-4위전에서도 결정적인 골을 넣어 수훈을 세웠다.
박주영은 한국 축구의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간판 스타였다. 그러나 브라질월드컵을 앞두고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소속팀 아스널에서의 입지가 좁았고 임대 이적한 왓포드에서조차 출전 기회가 거의 없었다.
지난 3월 홍명보 감독 부임 이래 처음 발탁된 그리스와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었지만 경기 감각 저하가 쉽게 해결된 문제는 아니었다. 결국 박주영은 본선 첫 2경기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했고 27일(한국시간) 벨기에와의 최종전에서는 아예 그라운드도 밟아보지 못했다.
정성룡은 남아공 대회부터 이운재를 대신해 대표팀의 수문장을 맡아왔다. 그러나 월드컵 통산 6경기에서 총 13골을 내주며 초라하게 퇴장했다. 정성룡은 개막 전 두 차례 평가전에서 5실점하며 불안감을 조성했고 본선 2경기에서도 5골을 허용했다.
대회 전부터 K리그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그리고 있던 김승규를 중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여론이 옳았다. 정성룡의 강점이라는 풍부한 경험과 안정감은 이번 대회에서 빛을 발하지 못했다.
박주영과 정성룡을 향한 홍명보 감독의 믿음은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서 그동안 대표팀 공헌도가 높았던 선수들의 명성에도 치명타를 날리고 말았다. 월드컵이란 무대가 그렇다.
▲손흥민과 김승규, 한국 축구의 미래
손흥민은 이번 월드컵에서 가장 눈부신 활약을 펼친 태극전사 중 한 명이다.
손흥민은 러시아전에서 비록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활발한 움직임을 선보이며 국제축구연맹(FIFA)이 선정한 '맨 오브 더 매치'에 뽑혔다. 0-3으로 뒤진 채 시작한 알제리전 후반전에서는 시작 5분 만에 화려한 개인기를 앞세워 골을 터뜨리며 희망을 살렸다.
알제리전 2-4 완패 이후 대표팀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손흥민에 대한 평가만큼은 좋았다. 손흥민은 한국의 '카운터 어택'을 이끌었다. 또한 손흥민만큼 상대를 위협한 공격수는 이근호 정도 외에는 없었다.
김승규는 벨기에전 90분을 통해 한국 축구의 새로운 수문장이 탄생했음을 알렸다.
벨기에전에서 후반 32분 베르통언에게 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김승규가 디보크 오리지의 중거리슛을 막아낸 뒤 공이 앞으로 흐를 때 수비수 한 명이 따라들어와 베르통언과 경합을 해줬다면 주지 않아도 될 골이었다.
김승규는 경기 내내 정확한 판단력을 바탕으로 인상깊은 플레이를 선보였다. 특히 정성룡이 불안감을 노출했던 공중볼 처리에 있어 FIFA로부터 "빠르고 자신감이 넘쳤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능수능란했다.
포항의 신화용과 더불어 현 K리그 최고의 수문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김승규는 향후 대표팀의 뒷문을 책임질 적임자로 인정받을만한 경기력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