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7일(한국 시각) 상파울루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와 H조 최종전에서 0-1로 졌다. 사실상 1.5군에 상대 선수 1명이 퇴장당한 이점에도 패배의 쓴잔을 맛봤다.
최종 성적은 1무2패, 조 최하위로 16강 탈락. 세계 축구의 변방이었던 16년 전으로 회귀한 성적이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때다.
당시 한국은 멕시코에 1-3, 네덜란드에 0-5 대패를 안았다.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도중 차범근 감독이 경질되는 비극을 겪었다. 마지막 3차전에서 벨기에에 1-1로 비기면서 간신히 전패를 면했다.
이후 한국은 월드컵 무대에서 선전했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사상 첫 승(폴란드전 2-0)에 이어 16강까지 진출했다. 이후 이탈리아, 스페인 등을 잇따라 꺾으며 4강 신화를 이뤘다. 2006년 독일 대회는 아쉽게 16강이 무산됐지만 1승1무1패를 거뒀고, 4년 전 남아공에서는 같은 성적으로 사상 첫 원정 16강을 이뤘다.
▲8강 목표로 기대 속에 발진했던 홍명보호
당초 한국 축구는 브라질 대회 8강을 목표로 했다. 8회 연속 본선 진출까지 조광래, 최강희 감독이 물러나는 홍역 속에 중책은 홍명보 감독이 맡았다. 대한축구협회의 적자로 불리는 홍 감독이기에 기대는 컸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주역인 홍 감독은 지난 2009년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8강을 이루며 차세대 지도자로 주목받았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에 머물며 삐끗했지만 2년 뒤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메달을 이끌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특히 공격수 박주영(아스널)은 논란 속에 승선했다. 당초 홍 감독은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이 많은 선수"라는 선발 기준을 세웠지만 "스스로 원칙을 깼다"는 인정 속에 아스널에서 벤치만 지켰던 박주영을 브라질로 데려왔다. 물론 왓포드로 임대됐지만 부상으로 거의 뛰지 못했던 박주영이었다.
▲홍명보의 아이들, 세계의 높은 벽 실감
하지만 홍명보호는 런던올림픽에서 단 한 걸음도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2년 전에서 성장이 멈춰버렸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나선 올림픽 무대에서는 먹혔지만 정상급 선수들이 나선 월드컵에서는 그야말로 '아이들'이었다. 올림픽과 월드컵은 엄연히 수준이 달랐다.
박주영은 비난의 중심에 섰다. 러시아와 1차전에서 슈팅 0개, 알제리와 2차전에서 겨우 슈팅 1개에 그쳤다. 홍정호, 김영권은 허약한 수비로 알제리전 2-4 참패의 한 원인이 됐다. 한국영도 2차전에서 중원 싸움에서 밀렸다.
홍 감독은 "선수 선발과 책임은 감독에게 있다"며 비판에 맞서 왔다. 브라질 월드컵을 마무리한 뒤 "선수들은 열심히 싸웠고, 모두 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해 앞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이날 경기를 중계한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월드컵은 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확인하러 오는 것"이라며 일침을 날렸다. '홍명보의 아이들'은 이제 더 자라야 하는 게 아니라 이미 자랐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