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라인의 국정개입은 있을 수 없는 일

[노컷 사설]

박근혜 대통령 (사진 =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라인을 두고 국정을 운영해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청와대에는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기 위해 설치된 대통령 비서실이 있다.

장관급인 비서실장과 차관급인 9명의 수석을 비롯해 각 부처에서 파견된 최고의 엘리트 관료 등 400여명의 비서진이 국정 전반에 대해 대통령의 업무를 지원한다.

또 총리와 국무위원으로 구성된 국무회의 구성원들이 있고 새누리당의 지도부와도 언제든 주요한 국정 현안이나 인사문제를 협의할 수 있다.

이런 공식 조직을 제쳐둔 채 대통령과의 개인적 친분 등으로 이뤄진 비공식 라인이 국정에 관여한다면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비선라인의 존재 자체가 공식 조직을 무력화시킨다.

역대정권에서도 비선라인을 통해 국정을 잘못 운영하다가 큰 홍역을 치른 사례도 있다.

김영삼 정권 시절에는 차남인 현철 씨가 ‘소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국정에 개입하다가 정권 말기에 감옥에 가는 수모를 겪었다.

이명박 정권 때는 영포회라는 비선조직이 총리실 윤리지원관실을 쥐락펴락하며 민간인을 사찰하는 등 국정을 농단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에 비선라인 논란이 불거진 것은 최근 잇따른 인사 실패에서 기인한다.

역대 어느 정권도 집권 1년 반 만에 총리 후보자 3명이 청문회도 거치지 못한 채 사퇴한 적이 없었다.

총리 뿐 아니라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인사들이 장관후보로 지명되면서 낙마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인사의 추천과 검증과정이 투명하고 철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이 과정에서 최근 낙마한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를 비선라인에서 추천했고 그동안 비선라인이 각종 인사의 추천에 적지않은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비선라인을 통해 인사가 이뤄지면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추천이 되도 대통령의 뜻으로 받아들여져 사전 검증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

이번에 제기된 비선라인으로 오랫동안 박 대통령을 수행해왔던, 이른바 문고리 권력을 잡고 있는 일부 비서진들과 대통령의 동생이 거론되고 있다.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은 문창극 후보자의 추천도 이른바 만만회가 했다는 말이 있다고 주장했다.

행정부의 2인자인 국무총리의 임명이 공적인 인사시스템이 아닌 비선 라인을 통해 이뤄졌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펄쩍 뛰며 그런 일은 결코 없으며 소설같은 얘기라고 일축하고 있다.

우리는 청와대의 해명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새누리당 상임 고문인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박 대통령이 공식 라인이 아닌 소규모 비선라인을 통해 상당히 얘기를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박 대통령이 비선라인의 얘기는 듣는 것 아니냐는 말이 오래 전부터 나돌았다.

이는 인사 문제가 아니더라도 대통령의 국정운영 과정에 비선 라인이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경우에라도 대통령이 비선 라인에 의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청와대의 해명대로 비선라인이 없다면 다행이지만 비선라인 논란이 이는 자체가 국정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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