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직외교관들 '전쟁가능한 나라 만들기' 막후 역할

걸프전때 거금내고 욕먹은 '트라우마'…다국적군 참여까지 주장

일본 외무성 국제법국(옛 조약국) 출신들이 집단 자위권으로 대표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탈(脫) 전후체제' 행보에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두 외교책사로 꼽히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1999∼2001년 조약국장 역임)과 가네하라 노부가쓰(兼原信克) 내각관방 부장관보(2012년 8∼12월 국제법국장 역임), 집단 자위권 정부 입장의 초안을 마련한 안보법제간담회의 좌장인 야나이 순지(柳井俊二·걸프전 당시 조약국장) 등이 그들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23일 지병 악화로 사망한 고마쓰 이치로(小松一郞) 전 내각 법제국 장관(제1차 아베내각 당시 국제법국장)도 집단 자위권 관련 헌법해석 변경에 박차를 가하려는 아베 총리에 의해 이례적으로 발탁된 '국제법국 OB'였다.

26일 자 아사히신문은 집단 자위권 등을 논의하는 연립여당(자민·공명) 협의에서 지난 20일 자민당이 돌연 집단안보와 관련한 무력행사도 가능하게 하자고 주장한 배경에는 외무성 국제법국 출신 정부 고관들의 입김이 자리 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집단안보는 다국적군 참여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아베 총리가 지난달 15일 집단 자위권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자위대가 무력행사를 목적으로 걸프전, 이라크전쟁에서의 전투에 참가하는 것과 같은 일은 앞으로도 결코 없다"며 부정했던 사안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베 총리는 집단안보 참여는 헌법 개정을 통해서 해야 한다는 정부 내 신중론자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었다.


그러나 가네하라 부장관보 등 '조약국 OB'들이 연립여당 협의가 진행되는 동안 자민당 수석대표인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 부총재와 아베 총리를 잇달아 설득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결국 공명당이 강하게 반대하면서 집단안보 참여를 헌법 해석 변경안에 포함하는 방안은 보류됐지만 한번 여당안에서 논의됐다는 사실 자체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고 전직 조약국장 출신 인사가 밝혔다.

외무성 국제법국 출신 인사들이 이처럼 '매파' 역할을 하는 데는 1991년 걸프전 때의 '트라우마'가 작용하고 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다국적군이 꾸려졌을 때 헌법해석상 집단안보 참여가 불가능했던 탓에 일본은 130억 달러(약 13조원)라는 거금을 제공하고도 미국 등으로부터 '돈만 내려하느냐'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당시 외무성 조약국은 부상병 치료에 참여하는 방안에 대해 내각 법제국에 유권해석을 요청했지만 '무력행사와의 일체화에 해당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답을 들었다고 아사히는 소개했다.

결국, 세계 3위의 경제력에 부합하는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제사회에서 존재감을 인정받기 위해 자위대의 해외활동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게 '외무성 OB'들의 주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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