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은 상처를 품고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은 희생된 친구와 교사들을 떠올리며 울먹였고, 이들을 지켜보던 학부모들도 함께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25일 오전 8시 30분 생존 학생 73명을 태운 버스 4대가 안산 단원고등학교 앞에 도착했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추모 플래카드 밑에서 아이들을 기다리던 교사들과 희생자 학부모 40여명은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의 이름을 일일이 부르며 "안녕, 어서 와"라고 학생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유족들은 '아들, 딸들아 살아 돌아와줘서 정말 정말 고맙다' '사랑한다'는 피켓을 들고 아이들의 첫 등교를 응원했다.
경직되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은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학교 정문 안으로 들어갔다.
교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학생들은 '사회에 드리는 글'로 사고로 인해 언론과 어른들에게 받았던 마음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전했다.
단원고 2학년 남학생이 대표로 낭독한 글에는 "저희를 위로하는 분들도 많지만 너희만 살아나와서 좋냐는 비수를 꽂는 분들도 있다"며 "이젠 이러한 관심이 너무나도 지친다"고 호소했다.
학생들은 "저희 모두는 사고 이전으로 돌아가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며 "이해 안 된다는 시선이나 안쓰러운 시선으로 보지 말고 그저 평범한 18세 소년, 소녀로 대해 주시길 바란다"고 간곡히 부탁했다.
글을 낭독하던 학생은 "친구들과 세월호 사고를 잊지 말아달라"는 대목에서 감정이 북받쳐 학부모가 대신 낭독을 마무리하기도 했다.
슬퍼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유가족 학부모들도 함께 눈시울을 붉혔다.
낭독을 마친 아이들은 일렬로 서서 유가족 학부모들에게 인사한 뒤 학교로 들어갔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등을 토닥이고 따뜻하게 포옹해주며 첫 등교를 응원했다.
그러나 몇몇 학부모들은 다시는 교복 입고 등교하는 내 아이를 볼 수 없다는 슬픔에 오열하며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아이들의 인사를 받은 한 학부모는 "어떡해, 난 몰라"라는 말을 연신 내뱉으며 등교하는 아이를 꼭 껴안았다.
학부모와 함께 울던 한 학생은 슬픔을 가누지 못해 교사의 부축을 받고 학교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날 첫 등교에는 병원 퇴원 후 수련원에서 합숙 치료를 받아 오던 72명과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해 온 1명 등 모두 73명이 참석했다. 이로서 앞서 학교에 먼저 복귀한 2명까지 더해 생존 학생 75명 모두 학교 복귀를 완료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친구들과 선생님을 잃고 침몰과 탈출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안고 다시 학교로 온 만큼 부모들이 믿고 보낼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달라"고 사회와 교육 당국에 당부를 전했다.
학생들은 새로 단장한 교실 4곳에서 희생 학생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진 뒤 학급 규칙과 환경 미화 작업 등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준비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