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통산 5회 출전의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이탈리아의 베테랑 수문장 잔루이지 부폰(36·유벤투스)은 역시 대단했다. 그러나 천하의 부폰도 수적 열세를 끝까지 감당해내지는 못했다.
이탈리아는 25일(한국시간) 브라질 나타우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D조 조별리그 우루과이와의 '단두대 매치'에서 후반 14분부터 10명이 뛰어야 했던 악조건을 이겨내지 못하고 0-1로 졌다.
그러나 부폰의 분전은 놀라웠다. 부폰은 후반 36분 코너킥 상황에서 디에고 고딘에게 헤딩골을 허용하기 전까지 루이스 수아레스와 에딘손 카바니를 앞세운 우루과이의 공세를 막아내며 분전했다.
부폰은 전반 33분 눈부신 선방을 펼쳐 이탈리아의 기세를 끌어올렸다. 사각지대로 돌파한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달려들어 각을 좁힌 부폰은 어렵지 않게 슈팅을 막아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러나 부폰은 곧바로 이어진 카바니의 슈팅마저 막아냈다. 순간적으로 몸이 반응했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선방이었다.
부폰의 진가는 후반에 빛을 발했다.
이탈리아는 후반 14분 클라우디오 마르키시오가 퇴장을 당해 수적 열세에 놓였다. 우루과이는 7분 뒤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수아레스가 문전으로 달려들어 오른발 슈팅을 때렸다. 이 공이 몸을 날린 부폰의 오른팔 팔뚝에 걸렸다.
만 36세의 노장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놀라운 순발력이었다.
부폰은 1998년 프랑스월드컵부터 이번 대회까지 5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은 베테랑이다. 순발력과 반응 속도 등 운동 능력이 중요한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부폰은 여전히 세계 정상급 기량을 과시했다. 부폰은 로타 마테우스(독일), 안토니오 카바잘(멕시코)에 이어 5회 연속 월드컵에 출전한 역대 3번째 선수다.
비록 이탈리아가 16강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부폰의 활약만큼은 박수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부폰은 경기 후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표한 이날 경기의 '맨 오브 더 매치'로 선정됐다.
10명이 뛴 이탈리아가 마지막 30분동안 우루과이의 공세를 끝까지 막아낼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부폰이 있었기에 이탈리아 팬들은 잠시나마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부폰은 승패를 떠나 위대한 경기를 펼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