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리 장관은 아르빌에서 마수드 바르자니 KRG 대통령과 니체르반 바르자니을 만나 이슬람 수니파 무장세력의 봉기로 촉발된 이라크 사태의 해결 방안과 새 정부 구성 방안 등을 논의했다.
케리 장관은 특히 바르자니 대통령에게 중앙정부의 모든 종파와 종족을 아우르는 통합 정부 구성 노력을 지원하여 달라고 당부했다고 AP와 AFP 통신 등이 전했다.
케리 장관은 "지금은 이라크 전체로서 매우 중요한 시기"라면서 "통합 정부 구성은 우리가 직면한 주요 과제"라고 밝혔다.
바르자니 대통령은 케리 장관에게 쿠르드자치정부도 "위기 해법을 찾고 있다"면서도 "우리는 새로운 이라크의 새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라크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쿠르드족은 각종 투표에서도 단결된 표심을 보여 이라크 정치권에서 '킹메이커' 역할을 해 왔다.
시아파인 누리 알말리키 총리도 2010년 총선 당시 9개월간의 정파 간 대립 끝에 쿠르드를 포섭, 극적인 연정 합의를 이뤄 재선에 성공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쿠르드자치정부는 독자적인 석유 수출 문제로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어 왔다.
바르자니 대통령은 전날 CNN과 한 인터뷰에서 알말리키 총리를 겨냥해 "사태 발생에 책임있는 사람은 반드시 물러나야 한다"면서 "모술 지역을 수니파 반군에게 뺏기기 여러 달 전부터 총리에게 경고했지만 진지하게 듣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쿠르드인들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시간이 왔다"며 이라크 중앙정부로부터 독립을 추진하는 쿠르드 족의 의지를 전했다.
쿠르드자치정부는 수니파 반군의 준동과 이라크 정부군 철수를 계기로 중앙정부와 관할권을 다투던 키르쿠크를 장악하고 동서로도 관할 지역을 대폭 늘린 상태다.
케리 장관은 전날 바그다드에서 알말리키 총리는 물론 수니파 지도자들과 만나 늦어도 다음 달 1일까지 새 정부 구성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미국은 종파적 이해관계를 초월한 새 정부 구성을 통해 이라크 국내 정세를 안정시킨 뒤 수니파 무장세력을 몰아낸다는 구상이다.
한편 유엔은 지난 5일부터 22일까지 이라크 전역에서 수니파 반군과 정부군의 교전과 각종 테러 등으로 최소 1천75명이 숨지고 658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의 루퍼트 콜빌 대변인은 이날 제네바에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밝히고 니네바, 디얄라, 살라헤딘 주에서만 민간인 최소 757명이 숨지고 599명이 다쳤다고 덧붙였다.
이날도 이라크 곳곳에서는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주도하는 수니파 반군과 정부군, 친정부 민병대 사이의 교전이 이어졌다.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는 반군이 장악한 바이지의 국내 최대 정유 공장과 시리아 접경 후세이바 지역을 이날 다시 빼앗았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특히 바이지에서는 정부군의 공습으로 테러리스트 19명이 숨졌다고 국영방송은 보도했으나 현지 목격자들은 사망자는 모두 민간인이었다고 전했다.
후세이바 지역에서 정부군 공습으로 숨진 13명 가운데 반군은 7명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