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저녁 8시 15분쯤 강원도 고성군 최전방 GOP에서 근무를 마치고 소초(생활관)로 돌아오던 육군 22사단 55연대 소속 임모(22) 병장이 동료 장병들을 향해 한발의 수류탄을 투척했다.
임 병장은 이어 소지하고 있던 K-2 소총을 도망치던 장병들을 향해 발사했고, 심지어 소초 내부로 들어가 비무장 상태에 있던 장병들에게까지 총을 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임 병장을 향해 대응 사격 한 발 발사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단 한 명의 아군 병사에 의해 30여명의 소대 전체가 초토화된 사건이다.
군 당국은 "워낙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인데다 수류탄이 폭발하고 총탄이 발사되는 상황에서 대응사격을 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변명에 불과하다.
우리 군의 '허약 체질'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으로 3년 6개월여의 임기내내 '싸우면 반드시 전투형 군대 육성'을 입버릇처럼 강조해온 김 장관을 향해 "그동안 뭐했나"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 장관은 올해 1월 육군 제1야전군사령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각급 부대는 일전불사의 확고한 정신무장을 확립한 가운데, 적이 도발 시 가차없이 응징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갖춰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는 전투형 군대를 지속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1야전군사령부는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22사단을 관할하는 부대다. 김 장관은 이 뿐만 아니라 재임기간 내내 연초는 물론 시간이 날때마다 현장방문, 지휘서신 등을 통해 전투형 군대 육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최전방 GOP를 방어하고 있는 최일선 부대가 공격을 당했는데도 '가차없는 응징'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으며 이는 김 장관이 강조한 전투형 군대와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다.
결국 김 장관이 전투형 군대 육성을 강조해왔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이나 전략이 없는 말뿐인 구호였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유임돼 두 정권에 걸쳐 국방장관을 역임하며 장수한 김 장관이 말로만 전투형 군대육성을 내세웠지 정작 이와 관련한 국방개혁은 게을리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참여정부 시절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낸 박선원 전 비서관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전작권 전환에만 얶매여 군 정예화와 국방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이번 사건의 원인을 진단했다.
현재 이번 사건을 놓고 '입대할 때부터 나약한 병사들', 'A급 관심사병의 일탈' 등 개인의 문제를 사건의 원인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그보다 우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전혀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는 국방개혁 문제, 그리고 정권 눈치만 보며 이를 게을리한 군 지휘부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