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전 패배의 기억은 목이 메고 눈물이 나게 했다. 하지만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벨기에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남아있는 모든 힘을 발휘해 명예회복을 한다는 굳은 각오다.
'홍명보호'의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가시와 레이솔)에게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월드컵은 오랜 꿈이 실현된 무대다. 지난 런던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부상이 발견돼 올림픽 동메달의 기쁨을 함께하지 못했던 만큼 더욱 오래 기다린 브라질월드컵에서는 온전히 좋은 기억만 남기고 싶었다.
러시아와 조별리그 1차전은 한국영에게 꿈의 실현이었다. 비록 경기는 1-1 무승부로 끝이 났지만 한국영은 러시아와 중원 싸움에서 제 역할을 확실히 하며 김남일의 뒤를 이을 '신형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에 부응했다. 하지만 알제리와 2차전은 말 그대로 악몽 같았다. 누구 한 명에게 책임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경기에 나선 모두가 최악의 경기력에 그쳤다.
24일(한국시각) 브라질 포스 두 이구아수의 페드로 바소 경기장에서 회복훈련을 소화한 뒤 취재진과 만난 한국영은 "바보 같은 경기를 한 것에 책임을 느낀다. 나 자신이 원망스럽다"고 자책했다.
"내 축구 인생에 이런 경기는 처음이다. 잠을 한숨도 못 잤다"는 한국영의 눈은 갑자기 붉게 충혈되기 시작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부족했던 경기력에 대한 아쉬움이 복받쳤다. 잠시 울먹이는 듯했던 그는 "이대로 한국으로 돌아가면 너무나 후회될 것 같다. 브라질에 미련을 남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홍명보호'의 16강 진출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다는 점에서 한국영의 각오는 더욱 단단했다. 그는 "0.1%의 가능성이 있다고 해도 도전해야 한다. 우리는 비난하는 이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릴 기회"라며 "벨기에전이 내 마지막 경기인 것처럼 뛰겠다. 큰 부상을 당해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경기하겠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