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이 결정된 스페인의 축구 팬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호주와의 마지막 경기 승리? 그보다는 '무적함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다비드 비야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으로 뛰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24일(한국시간) 브라질 쿠리치바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B조 조별리그 호주와 경기에서 전반 36분 스페인의 선제골이자 이번 대회 첫 필드골을 넣은 비야는 후반 11분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의 교체 결정 때문에 벤치로 물러나야 했다.
비야는 자신의 교체를 알리는 신호를 보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고 벤치에 돌아와서는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월드컵이 개막하기 전 "이번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비야에게는 호주전이 마지막 A매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은 왜 비야를 교체했을까.
이유는 간단하면서도 황당하다. 비야의 A매치 마지막 경기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다.
델 보스케 감독은 경기 후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비야는 짜증이 난 것처럼 보였다. 자신의 마지막 국가대표 경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비야가 화를 낼만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혹은 델 보스케 감독이 스페인의 경기가 아직 남아있다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
스페인은 네덜란드, 칠레전 연패로 인해 호주와의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16강 진출 실패가 결정됐다.
벤치에 앉아 첫 2경기를 지켜봤던 비야는 이번 대회 첫 출전 경기에서 감각적인 오른발 뒤꿈치 슈팅으로 스페인의 자존심을 세우는 첫 필드골을 성공시켰다.
이미 탈락이 결정된 스페인의 축구 팬들은 메이저 3개 대회 연속 우승(유로 2008, 2010 남아공월드컵, 유로 2012)의 주역인 비야의 마지막 대표팀 경기라도 마음껏 보고 싶었다. 그러나 델 보스케 감독은 너무 이른 시간에 비야를 교체했다.
그저 몰랐기 때문이다.
경기가 끝나고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How is that possible)", "장난해?(You got to be kidding me)", "OMG(Oh my god의 줄임말)" 등 델 보스케 감독을 이해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글들이 SNS를 가득 채웠다.
한 트위터 유저는 "비야는 디에고 코스타보다 훌륭하다. 모두가 알고있는데 델 보스케 감독만 몰랐다"고 비아냥거렸다.
스페인 축구 팬들은 이겼지만 진 것 같은 비참한 기분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